정부 압박 먹혔나, 기업들 달러 내놓기 시작… “환율 고점” 판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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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달러예금 석달만에 감소세
기업, 연말 대비 4.9% 준 498억 달러
개인 사재기 열풍 꺾여… 0.8% 증가
달러→원화 환전 수요도 37% 늘어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환율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달러 매수세가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보유 중인 달러를 팔고 개인들의 ‘사재기 열풍’도 꺾이면서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석 달 만에 줄어들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22일 기준 달러 예금 잔액은 632억483만 달러로 지난해 12월 말(656억8157만 달러)보다 3.8%(24억7674만 달러) 줄었다. 지난해 11, 12월 두 달 연속으로 급증했으나 석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달러 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바꿔 계좌에 넣어뒀다가, 출금이나 만기 시점에 원화로 돌려받는 상품이다. 전체 달러 예금의 약 80%를 차지하는 기업 예금의 감소 폭이 컸다. 기업의 달러 예금 잔액은 498억3006만 달러로 지난해 12월 말(524억1643만 달러) 대비 4.9%(25억8637만 달러) 줄었다. 외환 당국이 달러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들에 “달러 현물을 팔라”고 권고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고점에 다다랐다고 판단한 일부 기업들이 달러를 처분한 점도 잔액이 줄어든 주된 요인 중 하나”라고 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2026.1.19/뉴스1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2026.1.19/뉴스1
반면 개인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132억6513만 달러에서 이달 22일 133억7477만 달러로 0.8%(1억964만 달러) 소폭 늘었다. 은행권은 개인 달러 예금의 증가 폭이 줄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달 들어 22일까지의 증가액은 작년 12월 증가액(10억9871만 달러)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달러를 원화로 바꾸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이달 들어 22일까지 개인 고객들은 하루 평균 520만 달러어치의 달러화를 원화로 환전했다. 이는 지난해 하루 평균 환전액(378만 달러)보다 37.6% 많다.

은행들은 정부의 권고에 따라 달러 예금 마케팅을 중단하고,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고객에게 혜택을 건네고 있다. 신한은행은 26일부터 한 달 동안 외화예금을 원화로 바꾸는 개인(사업자 포함)에게 90%의 환율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환전 고객은 원화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0.1%포인트의 우대금리도 선착순으로 받을 수 있다. KB국민은행도 유튜버, 아마존의 달러 판매자들이 외화를 원화로 환전할 때 환율 우대를 적용해 주기로 했다.

달러 예금 상품의 금리를 낮추는 곳들도 나왔다. KB국민은행이 판매하는 6개월 만기 달러 정기예금의 금리는 23일 기준 2.937%로 작년 12월 말(3.184%)보다 0.247%포인트 낮았다. 같은 날 신한은행의 6개월 만기 달러 예금 금리도 3.012%로 전년 말(3.214%)보다 0.202%포인트 하락했다. 김정현 KB국민은행 WM투자상품부 수석차장은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 비중 변경, 4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등의 이벤트들을 고려하면 원-달러 환율은 1480원대 중반이 고점 수준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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