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소진 아트사이드 개인전
정교한 붓질로 시각적 반전
가짜·진짜 경계 오가며 질문
권소진 작가(35)는 아침 일찍 아이와 함께 아파트 앞마당으로 나간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날아가는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가끔 새들이 눈앞에서 어른거릴 때가 있다. 비 예보는 없었지만 조만간 하늘에서 비가 쏟아질 것이라는 강렬한 예감이 스친다. 마치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는 속담처럼 말이다.
대기 중 습도가 높아지면 날개가 약한 곤충들이 땅 가까이에서 날 수밖에 없다. 이를 잡아먹는 제비도 자연히 낮게 비행한다. 작가는 이러한 자연의 이치를 화폭에 담으며 이렇게 질문한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들 내 집 앞마당의 날씨까지 알 수 있겠냐고.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신작 26점을 선보이는 권소진 개인전이 '제비가 낮게 날면'이라는 제목을 단 이유다.
작품 속 새들은 자유롭게 날아가는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종이로 접거나 오려낸 '가짜 새'들이다. 대표작 '제비가 낮게 날면'과 '종이정원3'에서 등장하는 새 역시 가위로 오려낸 종이 조각을 캔버스 위에 테이프로 붙여놓은 듯 연출됐다. 종이와 테이프를 화폭에 붙인 콜라주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이 모든 것이 물감으로 정교하게 그려낸 것임을 알 수 있다. 시각적 반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나리꽃을 맴도는 벌은 실제를 그린 듯 사실적이지만, 실은 수많은 점의 집합체로 프린트된 가상의 이미지 패턴을 흉내낸 것이다.
작가는 "어떤 풍경을 '그림 같다'고 말할 때는 너무 아름답다는 찬사인 동시에 현실 같지 않은 비현실성이 시작되는 순간을 가리키기도 한다"고 말한다. 가짜와 진짜라는 애매모호한 경계를 오가며 캔버스가 만들어내는 환영을 일부러 깨트리고, 궁극적으로 화면 너머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그리려 한다.
'구름 벽지와 드로잉' 연작 역시 다양한 이미지가 혼합된 작품이다. 벽을 새로 도배하기 위해 낡은 벽지를 뜯어내자 그 속에 숨겨진 또 다른 옛 벽지가 드러나듯, 찢기고 겹친 벽지의 층위는 긴장감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대상을 비움으로써 오히려 존재를 증명하는 방식은 지난해 열린 개인전 '벌새를 보았다'에서도 이미 선보인 바 있다.
전시는 8월 8일까지.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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