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커버 스토리 - 베일 벗은 ESG 공시, 코리아 프리미엄 시동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
국내 산업 구조의 실질적인 탈탄소 전환을 위해 '전환금융'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철강 등 고탄소 배출 업종이 밀집한 한국 경제의 특성상, 녹색금융의 사각지대를 메울 정교한 금융 지원 체계 마련은 '코리아 프리미엄'을 결정지을 핵심 과제로 꼽힌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은 국내 산업의 탈탄소 전환과 녹색금융 체계 구축을 주제로 다수의 연구와 정책 제안을 수행해 온 전문가다. 그는 고탄소 산업 구조를 고려한 현실적인 전환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최 팀장은 "거래소 공시의 한계를 보완해 법정 공시로 전환하고, 정교한 감축 로드맵과 정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전환금융이 규제 완화 수단이나 특혜금융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환금융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후공시 의무화 및 법정 공시 전환, 업종별 감축 로드맵의 정교화, 재정 지원과 탄소가격 체계 등 정책 기반이 유기적으로 강화되어야 함을 짚었다. 다음은 최 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전환금융 활성화를 위한 조건은 무엇인.
“전환금융의 성공 조건 중 하나는 기후공시 의무화이다. 전환금융은 기업의 전환 계획에 의존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의 수집과 공개가 필수적이다. 감축 경로가 1.5도 파리협정 목표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비롯해, 표준에 따라 작성된 기후공시 자료가 기본이 될 수 있다. 공시가 부족하면 그린워싱 우려로 투자 유인이 약화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공시 로드맵에서 핵심 요소가 유예돼 전환금융 활성화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전환금융 인센티브와 정책 방향은 어떻게 설정하나.
“한국은 정부 인센티브 없이 전환금융 생태계가 형성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리 대출을 위한 이차보전, 보증 지원, 세액공제 등 다양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법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 다만 전환금융은 녹색 전환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는 동시에 화석연료 산업을 연장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택소노미의 ‘전환’ 부문을 기반으로 LNG와 그레이수소 투자에 녹색채권 발행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전환금융이 고탄소 산업의 이익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특히 화석연료 설비의 확대나 수명 연장으로 이어질 경우 논란이 불가피하다.”
그린워싱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기업이나 국가가 제시하는 전환 전략의 신뢰성 확보가 핵심이다. 화석연료 투자에는 일몰 조항과 조기 폐쇄 조건이 포함돼야 하며, Scope3 배출까지 감축 목표에 반영해야 한다. 현재 가이드라인은 일본·영국 대비 미흡하며, 탄소 고착, 정의로운 전환, 의존성 등에 대한 규정도 부족하다. 무엇보다 전환 전략의 기반이 되는 ‘업종별 로드맵’을 산업부가 주관해 작성한다는 점은 우려된다. 산업부는 산업 경쟁력을 우선시해 완화된 감축 경로를 제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산업부의 참여는 필요하지만, 기후부나 K-GX와 같은 컨트롤타워가 로드맵을 최종적으로 심의해야 한다. 또한 택소노미의 전환 부문은 별도로 분리해 보다 엄격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현 구조에서는 전환금융과 결합되며 화석연료 투자 확대 위험이 존재한다. 일본 사례처럼 가스·석유 및 LNG 투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탄소집약 산업의 전환에서 금융의 역할은.
“금융은 탄소집약 산업의 좌초자산 리스크를 반영해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 철강 등 고탄소 산업의 탈탄소 투자를 적극 지원해야 하지만, 현재는 배출량은 물론 탄소 집약도조차 줄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금융의 기능이 효율적인 자원 배분과 위험 관리라면,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 전환, 대체 연료 개발과 같은 과제를 녹색금융과 전환금융이라는 수단을 통해 이끌어야 한다. 반드시 녹색금융과 전환금융을 통해 산업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한국에서 전환금융이 필요한 산업으로는 철강 산업을 꼽았는데 이유는.
“철강은 국내 산업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탈탄소가 시급한 산업이다. 그러나 수소환원 등 기술의 상용화는 다른 산업에 비해 늦을 것으로 예상돼, K-택소노미 기준과 DNSH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녹색금융 투자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자본투자 규모는 크고 배출 비중도 높으며 기술 전환은 늦어 녹색금융만으로는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전환금융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녹색금융이 가능한 영역에서는 이를 우선 적용하도록 시장을 조성해야 하며, ‘느슨한’ 전환금융으로 기업이 몰리는 신호를 줘서는 안 된다. 전환금융이 녹색금융을 대체하지 않도록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현재 정책의 한계와 향후 보완 과제는 무엇인가.
“거래소 공시 방식은 제재가 약해 그린워싱 방지가 어렵기 때문에 법정 공시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정부가 녹색금융과 전환금융을 분리하는 접근은 고탄소 산업의 녹색 전환을 약화시킬 수 있다. 글로벌 기준과 비교할 때 한국은 공시 도입 속도가 늦고 방식도 제한적이다. 전환금융은 빠르게 도입됐지만 제도 유연성이 과도해 규제 완화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업종별 감축 로드맵을 보다 정교하게 제시해야 하며, 재정 지원과 탄소가격 체계를 통해 투자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환금융이 특혜금융으로 변질될 수 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3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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