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스 대통령측 부진
상원 12석 중 6석 그쳐
두테르테측은 4석 이상
ICC수감중인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에 당선
12일(현지시간) 실시된 필리핀 중간선거(총선·지방선거)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진영이 예상보다 부진한 반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진영이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인콰이어러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개표율 80% 집계 결과 이번에 선출하는 상원 12석 중 마르코스 측이 6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여론조사에서 예상된 9석보다 상당히 줄었다.
게다가 상원선거 최다 득표자가 두테르테 전 대통령 측근이며, 선출된 6명 중 1명은 마르코스뿐만 아니라 두테르테 측과 가까운 인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 측은 당초 예상치보다 많은 4~5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임 시 반인륜적 범죄 혐의로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구속돼 수감 중인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 기반인 다바오시 시장선거에 출마해 경쟁 후보를 8배 차이로 따돌리며 사실상 당선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마르코스 대통령의 상원 장악력이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닐라 소재 데라샐대학의 앤서니 로런스 보자 부교수는 블룸버그를 통해 "이번 선거 결과는 마르코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두테르테 브랜드의 부활, 전통적 진보 야당의 고위급 정치권 복귀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아리에스 아루가이 싱가포르 ISEAS·유솝 이샤크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는 마르코스 행정부에 대한 항의 투표"라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9일 발표된 올해 1분기 필리핀 경제성장률은 전망치 5.7%를 밑도는 5.4%에 그쳤다. 지난해 하반기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과 서민층의 소득 정체가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두테르테 진영이 상원에서 선전함에 따라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의 탄핵이 상원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필리핀 상원은 현 부통령인 사라 두테르테의 탄핵 여부를 결정할 상원의 배심 구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신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