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실상[정덕현의 그 영화 이 대사]〈121〉

1 day ago 5

“누가 중상자야?” ―앨릭스 갈런드 ‘워페어’최근 서구 콘텐츠에서 두드러지는 경향 중 하나는 극사실주의다. 2026년 에미상 최다 부문 후보에 오른 ‘더 피트’ 같은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미국 피츠버그의 한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의사와 환자들의 이야기를 한 시간씩 한 회로 담는 이 작품을 보다 보면 마치 내가 실제 응급실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워페어’ 역시 이러한 극사실주의로 전쟁의 실상 한가운데로 관객들을 몰아넣는 영화다. 2006년 이라크 라마디에서 고립된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알파 원’ 소대의 실화를 담은 이 작품은 특별히 만들어진 극적 스토리 같은 것들이 별로 없다. 갑자기 날아든 수류탄 하나로 시작된 이라크군의 집중 공격 속에서 초토화된 소대원들이 겪었던 일을 영화로 재현한 것이니 말이다. 극적 스토리는 별로 없지만 디테일한 극사실주의의 접근 방식은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정신이 아득해지고, 중상을 입어 고통 속에 비명을 지르는 병사들의 아비규환 안에 내가 들어가 있는 듯한 실감을 준다. 95분간의 영화를 채우는 전체 공간이 이 소대가 고립된 집과 그 주변 정도로 국한되지만, 관객들은 눈 돌릴 여유도 없이 그 위급한 상황 속으로 빠져든다. 후방 지원을 요청하며 “중상자 발생”이라고 외치는 소리에, 도무지 살 가망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 한 중상자가 “누가 중상자야?”라고 연거푸 묻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 중상자가 바로 자신이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 병사의 모습은 전쟁의 실상을 애써 외면하는 이들의 뒤통수를 때린다. 그런 중상자는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처럼 여기며, 쉽게 전쟁을 이야기하는 자들이라면 이 95분간의 전투 속에 들어가 볼 일이다. 그 아비규환이 과연 전쟁을 그리 쉽게 얘기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할 테니.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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