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충격 ‘짧고 굵게’…급락 뒤 빠른 V자 반등 반복
학습된 투자자들, 패닉셀 대신 저가 매수로 대응
리스크보다 자금 흐름 주목…업종 순환매 속도전
전쟁 등 대내외 리스크가 터질 때 마다 국내 투자시장은 출렁이지만, 최근 들어 그 충격의 ‘지속력’은 눈에 띄게 짧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면 증시가 장기간 하락 국면에 머물렀던 반면, 이제는 낙폭을 빠르게 회복하는 ‘V자 반등’이 단기간 반복되는 모습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5000~6000대를 오가는 큰 폭의 급등락을 반복하다 이날 기준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협상 개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빠른 회복을 보인 지수 흐름을 두고, 증권가에선 정부의 증시 활성화 대책, 실적 시즌 기대감 반영, 급락분에 따른 저가 매수세 유입 등 복합적 요인이 뒷받침됐단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은 반복된 대내외 리스크로 축적된 ‘학습 효과’가 주효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증시는 그간 미·중 갈등, 금리 급등, 팬데믹, 전쟁 등 크고 작은 충격을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일정 부분 학습 효과를 축적해왔다. 그 결과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 국면에서는 과거처럼 장기간 충격이 이어지기보다, ‘초기 급락 → 빠른 낙폭 축소 → 업종별 순환매’로 이어지는 패턴이 자주 관찰되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급락 국면에서 핵심은 결국 펀더멘털”이라며 “최근과 같은 단기 급락장은 오히려 매수 기회를 점검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특히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한국 시장 특성상 과거 ‘패닉셀’ 양상이 빈번했지만, 최근엔 하락 구간에서 분할 매수에 나서는 자금이 유입되면서 지수 하단이 비교적 빠르게 지지되는 흐름이 나타난다.
실제로 주요 분쟁 발생 시에도 코스피는 단기 변동성은 확대되지만, 일정 구간 아래에서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 동력을 확보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란 분쟁 발발 직전인 지난 2월 27일 6244.13을 기록했던 코스피 지수 종가는 전쟁 발발 후 첫 거래일인 지난 3월 3일 7.24% 급락해 5700대(5791.91)로 주저앉았다.
이후 지수는 등락을 반복하다 31거래일 만인 지난 15일 다시 장중 6000대를 회복해, 종가 6091.39을 달성했다.
전쟁 발발 33거래일 만에 6200선을 다시 잡고, 이날은 장 초반 6355.39을 기록해 전고점을 돌파했다. 이란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2월 27일 기록한 장중 사상 최고치(6347.41)를 약 2개월 만에 경신한 것이다.
증권가에선 이를 두고 전쟁 이슈가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는 한,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단 평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쟁에 대해 주식시장이 과거 수도 없는 가격 조정을 맞으며 체득한 학습효과에 더해 각국 정부의 대응 능력 등을 고려 시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시의 치명적인 추세 전환을 만들어내진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지정학적 이벤트 자체보다 ‘어디로 돈이 이동하느냐’가 관건
또 하나 변동 장세에서 국내 증시 양상의 달라진 특징으로 ‘업종 대응 속도’가 꼽힌다.
업종별로 빠른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분쟁 발생 초기에는 에너지·방산 관련주가 급등하며 자금이 쏠리고, 이후 시장이 안정을 찾으면 기술주나 소비주 등 기존 주도주로 자금이 재유입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지정학적 이벤트 자체보다 ‘어디로 돈이 이동하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된 셈이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국내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은 실적보다 지정학적 이벤트와 기대 요인에 의해 선행되는 구조란 것을 반복된 리스크 속 학습했을 것”이라면서 “실제로 방산 등 관련 업종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른 수주 기대가 반영되며 실적 대비 주가가 선행되는 흐름을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은 펀더멘털 측면에서의 부담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1분기 실적 시즌을 거치면서 이익 전망치가 추가로 상향 조정될 여지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정학적 리스크만 완화된다면, 과거 급락 이후 평균적인 반등 속도를 웃도는 빠른 회복세가 나타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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