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전세 사기 피해자를 지원하는 배드뱅크 설립을 위한 실태 조사에 나선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번 주부터 전세 사기 피해 주택의 선순위 채권 현황 및 매입 가능 규모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 마련을 신속 추진 과제로 선정할 것을 제안한 가운데, 전세 사기 배드뱅크를 통한 일괄 구제 조치가 가능한지 따져보는 차원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피해 주택의 선순위 채권이 누구에게 가 있는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며 “전세 사기 피해자 약 3만명 중 경·공매가 종료된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관련 채권 권리관계와 규모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세 사기 피해 주택 중 상당수는 금융회사가 근저당을 설정한 상태다. 집주인이 채무를 갚지 못하면 금융회사는 선순위 담보권을 행사해 경·공매를 실행하고,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한 채 집을 비워줘야 한다. 배드뱅크가 금융회사의 채권을 일괄 매입해 선순위 채권자가 공공기관으로 바뀔 경우 세입자의 강제 퇴거 부담 등이 줄어들 수 있을 전망이다.
전세 사기 배드뱅크가 설립될 경우 설치 기구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맡는 방안이 유력하다. 캠코는 장기 연체 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의 실무 운영 기관으로, 7년 이상 된 5000만원 이하 연체 채권을 일괄 매입해 소각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