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2023년 월드투어 ‘에라스 투어’로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지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테일러노믹스’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경제효과가 연간 5조 6000억 원에 이른다고 추산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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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밴드 롤링 스톤즈. (사진= AFP) |
막대한 경제 효과를 일으켜 ‘걸어 다니는 대기업’으로 불리는 대중음악 아티스트들. 대중음악사(史)에서 이런 길을 걸어온 최초의 아티스트는 지금까지도 왕성하게 투어를 돌고 있는 ‘롤링 스톤즈’다.
데뷔 60년 지나도 경제효과 창출
4일 출간한 신간 ‘롤링 스톤즈 경영 시크릿’은 60년 넘게 현역으로 활동 중인 롤링 스톤즈를 음악계 거물이 아닌 경영의 시각으로 분석한다. 롤링 스톤즈의 역사를 바탕으로 △스스로 미래를 창조할 것 △독보적인 브랜드를 만들 것 △매출 확대와 이익 극대화 △끊임없는 변화 추구 △혼신을 다하는 위기관리 △사람을 1순위에 둘 것 △‘운둔근’(運鈍根)을 기억할 것 △위대한 유산을 남길 것 등 8가지의 경영 전략을 제시한다.
롤링 스톤즈는 국내에선 비틀즈에 비하면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지만, 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거장이다. 비틀즈 데뷔 이듬해인 1963년 데뷔한 이들은 2025년까지 31장의 스튜디오 앨범, 122곡의 싱글 등을 발매하며 전 세계에서 2억 400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공연시장 분석회사 폴스타가 집계한 2024년 대중음악 아티스트 매출 순위에선 2억 3500만 달러로 6위에 올랐다. 회당 매출액은 1305만 달러로 1위인 테일러 스위프트(회당 1304만 달러)를 근소하게 앞섰다.
저자가 롤링 스톤즈를 주목한 이유는 데뷔 이후 60년이 지났음에도 끊임없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롤링 스톤즈는 음악을 통해 올리는 매출과 연관 산업에서 창출하는 경제 효과 측면에서 기업의 경지에 올라섰을 뿐 아니라, 수많은 경영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대중음악 산업에서 60년 이상 확고한 입지를 다져왔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기업의 목적이 이윤 창출이라고 본다면, 롤링 스톤즈는 기업 마인드를 제대로 갖춘 밴드”라며 이들의 성공 비결을 경영의 관점에서 찾는다.
무엇보다 롤링 스톤즈는 변화와 혁신에 늘 적극적이었다. 1970년 비틀즈가 해체하자 이들은 유럽 투어와 새 앨범 발표 등을 치밀하게 준비하며 자신들에게 찾아온 기회를 잡았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가 말한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과 맞닿은 지점이다.
기업 마인드로 성공 신화 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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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링 스톤즈가 대중음악 산업에 경영 마인드를 접목한 사례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디스코 열풍이 불자 디스코 리듬을 빌린 노래 ‘미스 유’를 발표해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오른 점, 지금과 같은 스타디움 콘서트 시장을 처음으로 개척하고 투어 티셔츠 판매로 새로운 매출 창출 기회를 만든 점, 롤링 스톤즈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텅 앤드 립스’ 로고를 통해 브랜드를 공고히 한 점 등이 대표적이다.
이윤 창출을 밴드 운영 최우선 순위에 둔 것도 이채롭다. 영국에 비해 세율이 낮은 프랑스로 밴드의 본거지를 옮긴 ‘세금 망명’, 부당한 계약으로 밴드 수익을 착복한 매니저를 해고한 일, 마약 중독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원년 멤버 브라이언 존스의 퇴출 등이 그렇다.
롤링 스톤즈를 잘 모르더라도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이들의 음악을 한 번쯤 들어보고 싶어진다. 저자는 “롤링 스톤즈가 60년 넘게 전개해 온 음악과 사업이 대중음악 산업 종사자들은 물론 일반 기업 경영자들과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앞으로도 많은 영감을 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 피용익은 이데일리에서 뉴욕 특파원을 지내고, 청와대,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등에 출입하며 정치·경제·산업 전반을 취재한 언론인이다. SBS 라디오 ‘박연미의 목돈연구소’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해 ‘쏭코노미’ 코너를 진행했다. 록 음악의 역사와 경제학을 접목한 ‘록코노믹스: 록으로 읽는 경제학’에 이은 두 번째 저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