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텀앤왓킨스 글로벌 소송 및 재판 부문
미셸 존슨 의장, 마틴 데이비스 부의장 인터뷰
전세계 규제 당국, 경쟁하듯 기업 복합규제
글로벌 차원 통합 자문 중요성 높아져
미국, 헬스케어·테크 중심 증권 집단소송 증가
주가하락이 트리거…최선의 방책은 ‘정확한 공시’
“다국적 기업이 당면한 소송이 한 국가의 관할에만 국한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이제 기업들은 복수의 재판권 관할, 그 안에서도 공정거래, 증권 등 복수의 당국 규제가 적용되는 것을 고려해 글로벌 차원의 전략을 짜야합니다”
최근 한국을 찾은 미셸 존슨 레이텀앤왓킨스 소송 및 재판 부문 글로벌 의장(미국 캘리포니아주 변호사)과 같은 부문의 마틴 데이비스 글로벌 부의장(런던 파트너 변호사)은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레이텀앤왓킨스는 미국에 본사를 둔 초대형 국제 로펌이다. 글로벌 법률전문지 아메리칸 로이어가 발표한 ‘2024년 글로벌 200대 로펌’ 순위에서 매출 기준 전 세계 2위에 올랐으며 가장 많은 증권 집단소송을 다루는 로펌이기도 하다. 아시아, 유럽, 중동, 미국 등 세계 전역에서 3500명이 넘는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 곳만 봐서는 안 된다”… 거세지는 글로벌 복합 규제
-최근 기업들의 해외 상장과 크로스보더 거래가 늘면서 글로벌 분쟁 환경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 소송 환경의 주요 트렌드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미셸 존슨 “글로벌 소송 부문에서 확연하게 볼 수 있는 핵심 트렌드는 규제입니다. 전 세계 수많은 감독당국, 규제 당국에서 마치 경쟁하듯 기업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기업이 분쟁을 한 관할권만 관련이 있다고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한 관할의 감독당국에 한 말이 수많은 다른 관할의 감독당국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 점을 주지해야 합니다”
마틴 데이비스 “관할과 마찬가지로 증권 규제 한 분야, 경쟁 규제 한 분야 또는 소비자나 데이터를 그 한 분야로만 개별적으로 인식해서는 안 되게 됐습니다. 이제는 이런 분야들이 한데 통합되면서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결국 기업들이 더 이상 한 관할만 생각해서는 안 되고 한 가지 유형의 규제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한데 통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러 국가가 동시에 관련된 분쟁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고려해야 할 리스크 관리 전략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미셸 존슨 “솔직한 답을 드리자면 글로벌 차원에서 조율을 할 수 있는 좋은 자문사를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로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법률 자문사를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략이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특정 지역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면 중요한 요소를 놓치거나 오히려 리스크를 줄이기보다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글로벌을 총괄하는 자문사를 두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마틴 데이비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의사결정을 할 때 해당 관할권 내에서의 영향만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관할권 A에 도움이 되는 결정이 장기적으로는 B나 C, D 등 여타 관할권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리스크 관리 전략 차원에서도 설령 하나의 관할권과 관련된 사안을 다루고 있더라도 항상 글로벌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영미권 증권 소송의 특징: ‘주가 하락’과 ‘기각 절차’의 차이
-미국과 영국의 증권 및 주주 집단소송은 각각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주요 차이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미셸 존슨 “미국에서는 가장 주요한 특징 중 하나가 ‘상당한 주가 하락(material stock drop)’이라는 개념입니다. 주가가 하락하면 이를 감지하고 해당 기업을 대상으로 주주 소송을 제기하는 원고 측 로펌들이 있습니다. 절차상으로 중요한 점은 ‘사적 증권소송개혁법(Private Securities Litigation Reform Act)’에 따라 매우 엄격한 소송 요건이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원고가 곧바로 비용이 많이 들고 부담이 크고 어려운 증거개시 절차로 진입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법인데요. 원고는 먼저 소송 기각 신청 단계를 통과해야 하며, 이것이 공시와 관련해 주신 질문과 관련해서도 저희의 첫 번째 방어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사건을 기각시켜야 노력과 시간, 비용이 많이 드는 증거개시 절차로 넘어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마틴 데이비스 “영국도 매우 유사합니다. 주가 하락, 즉 주주가치의 하락이 소송을 고려하는 데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대개 두 가지 상황에서 소가 제기되는데 미국과는 좀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 기업이 유상증자 설명서, 재무제표, 또는 기타 공시 자료 등에서 공개한 내용에 허위 진술이나 중대한 누락이 있는 경우입니다. 원고 측은 이러한 허위 진술 또는 중대한 누락이 주가 하락을 초래했다고 주장하게 됩니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과 상당한 유사성이 있지만 한 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된 ‘소송 기각 신청’과 같이 소송을 초기에 종결할 수 있는 절차는 영국에서는 흔치 않고 활용도 제한적입니다. 영국에서는 적용 기준이 높은 편이어서 사건이 초기에 기각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 결과, 많은 사건들이 이후 단계로 진행이 되는데 이는 영국의 절차가 소송 기각 신청과 같은 초기 종결 수단을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자문을 맡으신 미국과 영국 내 증권 집단소송은 총 몇 건일지요? 또한, 최근 몇 년간 이 같은 증권 집단소송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보시는지요?
미셸 존슨 “수십 건입니다. 레이텀앤왓킨스는 다른 어떤 로펌보다도 더 많은 증권 집단소송을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소송 기각 신청 단계에서의 승소율도 다른 어떤 로펌보다 높은 편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자문한 건수 역시 수십 건에 이릅니다. 최근 몇 년간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저희가 관련 통계를 면밀히 관리하고 있는데, 2025년에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6년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특히 헬스케어, 생명과학, 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마틴 데이비스 “영국 역시 유사한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영국은 미국에서 나타난 흐름을 약간의 시차를 두고 따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소송은 일반적으로 ‘섹션 90’ 및 ‘섹션 90A’ 청구라고 불리는데 앞서 설명 드린 유형의 소송에 해당합니다. 저는 오래 전 최초의 집단소송에 관여한 바 있는데 이후 증권 관련 집단소송이 매년 꾸준히 증가해 왔습니다”
헬스케어·테크 산업 정조준… “모든 악재가 소송 트리거”
-증권 집단소송이 제기되는 대표적인 트리거는 무엇인가요? 또한, 최근 미국이나 영국에서 특히 소송이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는 산업 분야가 있는지요?
미셸 존슨 “앞서 말씀드린 헬스케어, 바이오테크, 테크 산업이 주요 대상입니다. 소송의 트리거는 결국 주가 하락을 유발하는 요인들이 되겠는데요. 실적 미달, 사업상 문제, 개발 중인 신약에서의 발생한 문제나 부정적인 규제 결과, 인수합병 이후 통합이 기대만큼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등이 해당됩니다. 즉, 주가 하락을 초래하는 모든 사업적 악재가 소송의 트리거가 될 수 있습니다. 원고 측은 이러한 상황에서 해당 기업이 해당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시에 공시하지 않았다는 논리를 구성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주요 트리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틴 데이비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저희가 유럽, 특히 영국에서 다수의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증권 집단소송을 대리해 왔습니다. 은행에 지속적으로 소가 제기되어 왔다는 점에서 금융업 역시 증권 소송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또 하나의 주요 분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 증시 상장을 준비하는 한국 기업들이 사전에 구축해야 할 법적 리스크 관리 체계 또는 내부 프로세스에 대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미셸 존슨 “미국에서 ‘disclosure’는 기업이 외부에 공개하는 공시를 의미하는 반면, 영국에서는 ‘disclosure’가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절차를 의미합니다. 여기서는 미국식 의미로, 즉 기업이 공시를 통해 무엇을 공개할 것인지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기업이 자체적인 리스크를 얼마나 철저하게 파악하고 있는지, 자체 리스크를 이해하기 위한 프로세스가 얼마나 엄격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하는 것들이죠. 한국 기업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의 사례를 참고해, 소송에서 방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리스크 공시가 어떤 형태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정확한 공시가 가장 중요한 방어 수단입니다. 예를 들어 실적 전망을 제시할 때 단순히 수치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다양한 리스크 요인들을 충분히 반영한 의미 있는 경고 문구를 함께 넣어야 합니다. 이것이 최고의 방어 수단이 됩니다”
마틴 데이비스 “영국의 경우, 소송의 근거가 되는 것은 공시 문서에 포함된 허위 진술이나 중대한 누락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따라서 초기 단계에서 모든 공개 자료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한 노력을 투입해야 합니다. 둘째로, 문서에 포함된 내용뿐 만 아니라 포함되지 않은 내용도 중요합니다. 투자자가 중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모든 사안에 대해 적절한 검증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이러한 내용이 문서에 반영되지 않았다면 중대한 누락으로 간주될 위험이 있습니다. 즉, 문서에 포함되는 내용뿐 아니라 포함되지 않은 내용을 파악하고 검증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합니다”
“소송 리스크, 글로벌 시장 진출의 걸림돌 돼선 안 돼”
-글로벌 자본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일지요?
미셸 존슨 “증권 소송이 글로벌 자본시장에 투자하거나 진출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증권 소송에 피소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기업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미국의 소송 환경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절차적 특징에 가깝습니다. 충분히 준비되고 적절한 자문을 받는 기업이라면 글로벌 자본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소송 리스크가 그 같은 진출을 막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마틴 데이비스 “두 가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먼저 긍정적인 면을 말씀드리자면, 영국은 미국보다 증권 소송이 적습니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장을 꺼릴 이유가 될 정도는 아닙니다. 실제로 영국 증시와 대체투자시장은 매우 국제적인 시장으로 해외 기업들의 상장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설계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미 다른 국가에 상장된 기업들이 보다 간소한 절차로 영국에 추가 상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세컨더리 상장 제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런던 시장이 국제 기업들에 대한 개방성과 접근성을 유지하여, 계속해서 개방적이고 접근 가능한 시장으로 남아 유동성과 자본에 대한 접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런던은 자본시장에 진출해 상장을 할 기업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으며 기업들에 문을 활짝 열어 두었습니다. 이로 인해 증권 소송 리스크도 발생하지만 영국 상장을 주저할 이유는 못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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