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물 2.9% 돌파
日정부 재정건전화 표현 삭제
국채 추가발행 가능성도 높아
중동발 유가리스크 다시 부상
인플레 압박에 금리 고공행진
향후 日銀서 금리인상 나설땐
엔캐리 청산 본격화될 가능성
일본 장기금리가 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연 3%에 근접하면서 글로벌 자금 흐름과 엔 캐리 트레이드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9일 도쿄 채권시장에서 일본의 10년 만기 신규 국채 금리는 장중 연 2.902%까지 상승했다. 이는 1996년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사실상 3%를 코앞에 둔 셈이다.
금리 상승의 직접적인 계기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재부상이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했고, 일본 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된 것이다.
일본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원유 가격 상승은 소비자물가를 자극하는 대표적인 변수로 꼽힌다.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질수록 고정 금리를 지급하는 장기 국채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면서 채권 매도세가 확대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금리 상승 원인을 일본 내부에서 찾고 있다.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것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적극적인 재정 확대 기조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 방침(호네부토)' 초안에서 그동안 유지해 온 '재정건전화'라는 표현이 삭제되고, 성장 투자와 추가 재정지출이 강조된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재정규율이 약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50% 안팎으로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적극 재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향후 국채 발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고, 이것이 장기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또 다른 요인은 일본은행에 대한 신뢰 약화다. 시장은 정부가 성장과 투자 확대를 우선시하면서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결과적으로 더 큰 폭의 긴축을 해야 하는 '비하인드 더 커브(Behind the Curve)' 가능성도 부각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일본의 장기물 상승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보다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위험 프리미엄 확대가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시장이 향후 정책금리보다 재정 악화와 인플레이션 위험을 금리에 더욱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은 국채 금리가 곧 3%에 달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재정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3%를 넘어도 적극적인 매수세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기금리 상승에도 달러화당 엔화값은 여전히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화당 162엔대 중반에서 거래됐다.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은 통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이번에는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장기금리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보다는 재정 불안 때문에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은 추가 긴축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일본은 여전히 점진적인 금리 인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이에 따라 단기금리 차는 달러화 강세와 엔화 약세를 지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엔 캐리 트레이드에 미칠 영향은 당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일본의 정책금리가 여전히 미국보다 크게 낮아 엔화 조달 비용에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금리 상승이 이어져 일본은행이 뒤늦게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엔화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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