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치유 김현수 센터장
“재난, 수면장애-암 등 몸에도 상처
개인의 문제로 축소해선 안돼”
9일 경기 안산시 안산마음건강센터에서 만난 김현수 센터장(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이사장·사진)은 “재난 피해와 회복 지원을 개인의 문제로 축소해선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센터장은 20여 년간 세월호 참사 피해자 지원 등 지역사회 트라우마 치유에 힘써 왔다.
최근 전남 무안 제주항공 참사와 영남 대형 산불 등 재난·재해가 잇따르고 있다. 김 센터장은 “재난의 트라우마는 정신적인 문제로 그치지 않고, 몸에도 흔적을 남긴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의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수면 장애와 암 발생 등이 일반 집단보다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참사 초기에만 반짝 관심이 쏠리고 지원이 중단되는 것도 우려했다. 김 센터장은 “국내외 재난 트라우마 연구를 보면 참사 발생 수십 년이 지나 생존자의 자살률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나곤 한다. 트라우마가 생애 단계마다 반복해서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했다.김 센터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 홍수 등이 잦아지면서 ‘솔라스텔지아(Solastelgia)’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자연이나 터전을 상실한 사람의 정신적 고통을 뜻한다. 김 센터장은 “산불이나 홍수로 단순히 집이 사라진 게 아니라, 가족과의 추억 등 삶의 일부를 잃은 것”이라며 “정체성을 잃어버린 고통은 더 긴 시간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고 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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