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치즈 이야기’ 펴낸 조예은
섬찟한 문체에 젊은 독자들 주목… 올해 ‘한국 문학의 미래’ 1위 올라
썩어가는 인간 악취… 미소년 좀비…비틀린 내면 담은 캐릭터 인상적
“독자 재미-작가 깊이 다 살려야죠”
1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조 작가는 당시를 회상하며 “아직 문학에 대한 취향이 형성되기도 전이었지만 이 소설이 ‘무척 재밌다’ ‘폼 난다’는 인상만큼은 뚜렷하게 남았다”고 했다. 반면 그때 이층 침대를 나눠 쓰던 룸메이트는 이 소설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고 한다. 조 작가가 자신의 취향을 발견한 순간이자, 사람마다 취향의 울타리가 다양하다는 걸 배운 순간이었다.
시간이 흘러 그는 섬찟한 문체와 괴이한 세계관으로 평단과 독자의 주목을 받는 작가가 됐다. 소설집 ‘칵테일, 러브, 좀비’(2020년) ‘트로피컬 나이트’(2022년), 장편 ‘적산가옥의 유령’(2024년) ‘입속 지느러미’(2024년) 등으로 공포 스릴러 붐을 일으켰다. 올해 예스24에서 독자 투표로 선정하는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위에도 올랐다.
그의 소설은 굳이 따지면 ‘단짠단짠’하다. 달고 짠맛이 절묘하게 왔다 갔다 한다. 잔혹해 보이는 묘사도 잦지만, 이야기엔 ‘희망’이 한 스푼 들어가 있다. 기이하지만 귀여운 괴물 등 캐릭터도 선명하다. 짝짓기 프로그램, 미소년 좀비, 사이코메트리 등 흥미로운 소재와 빠른 전개도 인상적. 그의 소설을 읽고 스릴러와 호러 장르를 다시 읽게 됐다는 평들이 많다.
단순한 엽기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그의 소설에서 환상은 말 못 하는 이의 표현 수단인 경우가 많다. 가령 ‘치즈 이야기’는 유년기 부모로부터 방치된 아이가 꾸는 악몽에서 시작된다. 조 작가는 “주변에 쉽게 보이는 인물보다 아예 안 보이는 존재나, 평범하게 존재하는 듯하면서도 내면에 비틀린 뭔가를 가진 캐릭터들에 끌린다”며 “좋은 장르문학은 이야기로서의 재미와 주제 사이에 균형이 있다. 이야기 자체의 흥미로움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대학에서 금속공예디자인학과를 전공한 뒤 ‘공모전 상금 30만 원’을 벌기 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그는 “북토크에서 만나는 젊은 독자들이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조 작가의 소설을 읽고 재밌어서 독서를 시작했다’고 할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작품을 쓰면서 고려할 것도 많아질 터. 조 작가는 “책을 묶을 때마다 생각보다 보편의 취향이라는 게 있고, 이런 이야기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면서도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와 작가의 세계를 살린 딥(deep)한 이야기, 둘 다 잃고 싶지 않다”고 했다.“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아무리 하고 싶은 대로 나간다고 하더라도 대중의 취향과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믿음요. 아직은 좀 더 욕심을 부려도 된다고 생각해요, 하하.”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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