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만 두드려봐도… “파킨슨병 초기” 진단

1 week ago 6

UCLA 연구팀, 감지 기술 개발
동작 변화 포착… 정확도 96%

컴퓨터 키보드를 누르는 것만으로 파킨슨병 환자의 증상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96%의 정확도로 파킨슨병 환자와 건강한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초고령화 시대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 여부를 조기에 확인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준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생명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 능력 저하 수준을 추적하고 정량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그 연구 결과를 5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파킨슨병은 뇌흑질이라는 뇌 영역의 도파민계 신경이 파괴돼 몸을 움직이는 데 문제가 생기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도파민은 몸을 정교하게 움직이도록 돕는 신경전달물질이다. 파킨슨병에 걸린 사람은 근육 경직, 손 떨림, 행동 둔화, 구부정한 자세 등의 변화가 일어난다.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 3명과 건강한 대조군 13명을 대상으로 컴퓨터 키보드의 키를 누르는 과제를 수행하도록 한 뒤 행동 생체인식 정보를 수집했다. 행동 생체인식은 개인의 행동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연구 결과, 연구팀의 키보드 기술은 파킨슨병 환자와 건강한 사람을 96%의 정확도로 구별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키보드 기술은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이용해 키보드를 누를 때 발생하는 ‘자기탄성’ 변화를 감지하고 분석할 수 있다. 자기탄성은 자성과 탄성의 특성을 결합해 물리적·화학적 변화를 감지하는 기술이다. 파킨슨병 환자의 느린 움직임, 지연된 반응 시간, 떨림 등의 운동 변화를 포착하고 병의 진행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키보드는 휴대전화 앱과도 연동된다. 앱에는 환자의 데이터가 기록 및 누적되기 때문에 환자는 자신의 운동 증상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파킨슨병은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조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초기 단계의 증상을 감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키보드 기술은 초기 증상을 재빨리 알아채 조기에 적정한 치료를 하도록 돕는다. 신경 퇴행이 지연되게끔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 증상을 지속적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며 “임상의가 치료 결정을 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한 키보드는 휴대가 간편할 뿐만 아니라 방수도 된다”며 “파킨슨병 환자가 큰 부담 없이 일상에서 자신의 증상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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