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관에 가 닿은 파이프 … 한일관계 막힌 혈을 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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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관에 가 닿은 파이프 … 한일관계 막힌 혈을 뚫다

업데이트 : 2026.05.07 19:41 닫기

61회 베네치아비엔날레 개막
한국관 일본관과 첫 협업 눈길
애도·포용의 공간으로 재탄생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전경. 한국관 건물을 뚫고 나온 동파이프는 인접한 일본관 앞마당까지 뻗어나간다. 감동환 작가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전경. 한국관 건물을 뚫고 나온 동파이프는 인접한 일본관 앞마당까지 뻗어나간다. 감동환 작가

온몸에 침을 꽂은 듯 원통형 건물에 동파이프가 여기저기 꽂혀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지난 6일(현지시간) 언론에 처음 공개된 제61회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모습이다.

최고은의 설치물 '메르디앙'으로 이 파이프는 인접한 일본관 앞마당까지 뻗어나간다. 멀리서 보면 바늘 같은 형상으로 신체를 공격하는 것 같지만 동시에 막힌 혈을 뚫어준다는 침술의 기능도 내포하고 있다.

최빛나 예술감독이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라는 주제를 설정해 최고은·노혜리 작가가 협업한 2인전은 상반된 의미를 가진 요새와 둥지라는 개념을 다양한 의미로 확장한다. 한국관을 새로운 연결과 화해를 모색하는 21세기 해방공간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서다.

특히 전시 개막 전부터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의 참여로 화제가 됐다. '둥지'를 담당한 노혜리 작가의 구조물 '베어링' 내부 바닥에 설치된 한강의 조각 '장례식'은 그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도입부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했다. 도입부에서 화자는 꿈을 꾸며 흰 눈밭 위에 검게 탄 나무들을 마주한다. 한강은 소설에서 "조금씩 기울거나 휘어 있어서, 마치 수천 명의 남녀들과 야윈 아이들이 어깨를 웅크린 채 눈을 맞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나무들이 다 묘비인가"라고 묻는다. 검게 탄 나무들은 제주 4·3 사건의 희생자를 의미한다.

실제 본 한강의 작품은 소금 더미 위에 나뭇가지 수십 개를 꽂아놓은 형상이었다. 그가 묘사한 대로 똑바로 서 있지 않고 다 같이 기울어져 있다. 최빛나 예술감독은 "관람객이 의자에 앉아 몸을 기울여서 작품을 감상하도록 했다"며 "애도하는 자세란 무엇일까를 생각했다"고 밝혔다.

최고은의 동파이프로 연결된 일본관엔 전시장 곳곳에 아기인형이 다양하게 설치돼 있다. 무려 200개나 된다. 성소수자 작가인 에이 아라카와-내쉬의 '풀 아기들, 달 아기들' 전시로 남성 커플의 육아 전쟁을 재미와 공감을 버무려 전하고 있다.

올해 베네치아비엔날레는 개막 전부터 심사위원 전원 사퇴라는 대혼란 속에 개막식 때 황금사자상을 시상하는 관례를 수십 년 만에 깨트렸다. 언론 프리뷰가 시작된 이날 러시아관과 이스라엘관은 격렬한 시위대를 맞이하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해 작고한 아프리카 출신 첫 여성 총감독 코요 쿠오의 주제 '단조로(In Minor Keys)'와 걸맞지 않게 거대 담론이 전시를 압도했다.

다만 우여곡절 끝에 베일을 벗은 본전시와 국가관 전시는 다양성과 깊이를 보여주며 예술 본연의 울림을 전하고 있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특히 아프리카 미술이 세계 미술계의 중심부로 진입했음을 여러모로 확인해준 자리였다.

한국 작가로는 본전시에 유일하게 초청받은 요이(Yoi)의 영상 작품과 미술관 기획전에 선정된 한국계 콜롬비아 작가 갈라 포라스-김의 작품은 전 세계가 각축전을 벌이는 '미술 올림픽'에서 눈도장을 확실히 받을 것으로 보인다. 9일 일반 개막해 11월 22일까지.

[베네치아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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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회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은 최고은과 노혜리 작가의 협업으로 다양한 의미의 '해방공간'을 주제로 내세웠으며, 특히 한강의 참여가 화제를 모았다.

노혜리 작가의 작품 내부에 설치된 한강의 조각은 제주 4·3 사건의 희생자를 상징하며, 관람객에게 애도의 자세를 요구한다.

올해 비엔날레는 개막 전 심사위원 사퇴 등 혼란 속에서도 다양한 예술 작품을 통해 다채로운 메시지를 전달하며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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