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 여객 수요의 급격한 둔화와 작년 12월 제주항공 참사에 따른 LCC 기피 현상 때문이다.
20일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국내 LCC ‘빅4’ 이용자의 지난 2분기 신용카드 결제금액은 총 4901억원이었다. 1년 전 같은 기간(6666억원)보다 26% 급감한 수치다. 각사의 온·오프라인 창구에서 결제한 금액의 추정치를 합산한 기준이다.
해외여행 수요 둔화와 항공권 할인 경쟁이 결제금액 감소폭을 키웠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국내 출국자는 지난 5월 239만 명으로, 작년 동월 대비 5.4%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고물가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작년 5월(전년 대비 34.8% 급증)과 비교해 해외여행 수요 증가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앞다퉈 새 항공기 도입을 확대하던 LCC업계는 늘어난 빈 좌석을 채우기 위해 운임을 낮추는 등 출혈 경쟁에 나섰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은 LCC의 안전성 우려 증가로 반사이익을 얻었다. 2분기 신용카드 결제금액은 4544억원으로, 1년 전보다 0.2% 늘었다.
2분기도 '적자 늪'…출혈경쟁에 날지 못하는 LCC
일본·제주행 1만원대 티켓 등장…中 관광객 유치해 난기류 돌파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국내 주요 저비용항공사(LCC)가 적자 늪에 빠졌다. 해외여행 수요 증가세가 주춤해진 가운데 대형 항공사(FSC)로 고객이 계속 이동하고 있어서다. 빈 좌석을 메우기 위한 운임 인하 경쟁 심화로 지난 2분기 실적도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결제금액 급감
20일 대체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국내 LCC ‘빅4’ 이용객의 신용카드 결제금액은 2분기에 작년 동기 대비 30% 안팎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국내 LCC 중 가장 많은 43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제주항공의 온·오프라인 신용카드 결제금액은 2분기 1385억원으로, 작년 2분기(1867억원)보다 26% 급감했다. 31대를 운영하는 진에어 결제금액은 같은 기간 1904억원에서 1347억원으로 29% 줄었다. 항공기 38대를 운용하는 티웨이항공의 2분기 매출도 1426억원에 그쳤다. 1년 전보다 16% 감소했다.
한경에이셀은 2000만여 명의 신용카드 회원 데이터에 기초해 1주일 단위로 전체 결제금액을 추정한다. 항공권의 다양한 판매 경로 때문에 추정액이 항공사 매출에 못 미치지만, 실제 매출과의 상관관계가 평균 90%에 육박한다.
LCC 결제금액 감소는 해외여행 수요의 급격한 둔화와 과도한 항공권 할인 경쟁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국내 출국자 수 증가율은 작년 1월 55.5%에서 급격히 떨어져 올 들어 2~7%에 머물고 있다. 일부 LCC는 빈 좌석을 채우기 위해 일본·제주 편도 항공권을 1만원대에 내놓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출국자가 소폭 늘었지만 주로 저렴한 중·단거리 국제선 위주”라면서 “작년 12월 무안국제공항 참사 이후 대형 항공사로 이동하려는 수요가 꾸준해 LCC 간 출혈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2분기 영업수지 대폭 악화
증권가는 항공권 판매 수입의 급격한 감소 탓에 올 2분기 LCC 영업수지가 악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2분기 별도재무제표 영업손익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은 470억원 적자다. 작년 2분기 영업손실(95억원) 대비 다섯 배에 가까운 대규모 적자다. 올 2분기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 하락에도 실적이 개선되기는커녕 막대한 손실을 봤다는 설명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은 최대 성수기인 올 1분기에도 점유율 방어를 목적으로 운임을 9% 인하했다”며 “(무안국제공항) 사고 영향을 벗어나 정상화되려면 1년 이상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에어도 단거리 노선 운임 인하 경쟁 탓에 적자 전환한 것으로 증권가는 봤다. 티웨이항공은 2분기 520억원 적자로, 다섯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간 것으로 추정됐다.
FSC인 대한항공은 2분기에 399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지난 11일 공시했다. 작년 동기보다 3.5% 감소했지만 LCC와 비교하면 양호한 성적표다.
◇“중국 단체관광객에 기대”
LCC업계는 올해 3분기 이후 본격화할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방한’ 특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가 먼저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이후 중국으로 떠나는 여행객이 증가해 손실을 줄이는 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주(駐)중국대사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은 165만3074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4.8% 급증했다.
항공업계는 중국 단체관광객의 방한 증가에 대비해 관련 노선 증편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항공사 관계자는 “한류 확산으로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 여행) 매출이 계속 늘고 있다”며 “한·중 상호 무비자 여행 증대를 계기로 매출이 저점을 찍고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해 초 정부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3분기 중 한시 비자 면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태호/안재광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