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와 보험사, 은행이 최근 1년간 주식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개인투자자 등 다른 매매 주체보다 많은 암묵적 거래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집계됐다. 암묵적 거래비용이란 주식 매매 과정에서 주식을 더 비싸게 사거나 싸게 팔면서 보는 손실을 뜻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일부 자산운용사, 보험사, 은행이 계열 증권사에 주식 매매 주문을 몰아주면서 매매 효율성이 저하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일 한경닷컴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데이터가이드 서비스를 활용해 작년 6월부터 올해 5월 말까지 각 매매 주체의 암묵적 거래비용을 계산한 결과, 은행이 36.24베이시스포인트(bp, 1bp=0.01%포인트)로 가장 높았다. 전체 시장 대비 0.3624% 손해를 보며 매매했다는 의미다.
은행에 이어 투신(자산운용사·24.73bp), 보험(21.09bp)이 암묵적 거래비용을 많이 부담했다.
반면 개인의 암묵적 거래비용은 마이너스(-) 3.25bp였다. 전체 시장 대비 0.0325% 유리한 가격으로 매매를 체결했다는 뜻이다. 외국인과 연기금도 지난 1년 동안 매매 과정에서 각각 1.78bp와 0.13bp를 아꼈다.
기관의 프로그램 매매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금융투자의 암묵적 거래비용은 11.87bp로, 사모펀드와 기업의 자사주 매매 등으로 구성된 기타법인은 8.43bp로 각각 집계됐다.
암묵적 거래비용은 전체 시장의 가중평균 체결가와 각 매매 주체의 가중평균 체결가를 종목별·일별로 비교한 뒤 이를 종목별·일별 거래량에 따라 가중평균해 산출했다. 분석 종목군은 코스피200지수와 코스닥150지수에 편입된 종목 350개로 구성했다.
관련 업계에선 은행, 투신, 보험의 주식매매에서 다른 매매 주체보다 현저히 많은 암묵적 거래비용이 발생한 배경으로 ‘캡티브(계열사) 주문’을 꼽는다. 통상 대규모 주식을 매매하는 기관투자가의 주식 매매 주문을 받아오기 위해 증권사 법인영업부서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지만, 금융그룹 산하의 자산운용사와 생명보험사는 전체 매매 주문의 30~40%가량을 계열 증권사에 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협회에 집계된 올해 3분기 말 기준 국내에서 영업하는 증권사 수가 63개인 점을 감안하면, 계열사에 몰아주는 전체 주문의 30~40%는 상당한 비중이다.
최근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의 국내 주식 매매에서도 상당한 암묵적 거래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교지수(벤치마크)를 복제하기 위한 프로그램 매매는 금융투자로, 액티브 ETF 운용역의 판단에 따라 비교지수를 따르지 않고 매매하는 경우는 투신으로 각각 집계되고 있어서다. 통상 액티브 ETF는 시장 지수를 웃도는 수익률을 내겠다며 패시브 ETF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고객에게 받는다.
문제는 국내 주식형 액티브 ETF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집계된 올해 6월1일 기준 국내 주식형 ETF의 순자산총액은 254조2174억원이다. 작년 6월2일의 50조9727억원 대비 398.7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액티브 ETF의 순자산총액은 2조2951억원에서 16조1620억원으로 605.3% 폭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펀드매니저를 비롯한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는 특정 종목의 주가 범위를 제시해 그 안에서 모든 수량의 주문을 체결해달라고 증권사에 주문을 넣는다”며 “제시된 주가 범위 내에서 얼마나 유리하게 체결하는지가 주문을 받는 증권사 법인영업 부서의 역량”이라고 설명했다.
순수하게 증권사 법인영업 부서들의 경쟁에 의해 주문 규모가 결정되는 연기금 등의 암묵적 거래비용이 ‘마이너스’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증권사의 노력에 따라 암묵적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다양한 지표로 증권사를 평가해 매년 각 증권사별로 매매 주문을 내주는 비율을 정한다”며 “양적 평가 지표 중 가장 큰 변별력을 보이는 항목이 주식 매매를 얼마나 잘했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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