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다른 얼굴, 작가는 어떻게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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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 소유주인 피노 소장품
13년 만에 한국 찾아 ‘송은’ 전시
얼굴-추상 등 3가지 테마로 기획


한국 찾은 피노 컬렉션 작품들. 얀 보의 ‘무제’(2021년).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한국 찾은 피노 컬렉션 작품들. 얀 보의 ‘무제’(2021년).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미간에 주름이 질 만큼 인상을 찌푸리고 촘촘한 치아를 드러낸 사람의 얼굴. 멀리서 보면 공격적이고 험악하게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주름과 치아는 나무를 칼로 파내 만들어 낸 흔적이다. 부정적인 기운을 뿜어내는 누군가의 혐오와 폭력이 결국은 자신을 향한 것은 아닌지 떠올리게 하는 작품, 미리암 칸의 ‘나무 생명체’(Baumwesen)다.

4일 ‘소장품의 초상: 피노 컬렉션 선별작’전이 공개된 서울 강남구 송은(구 송은 아트 스페이스) 2층 전시장에서는 칸은 물론 마를렌 뒤마, 뤼크 튀망, 피터 도이그 등 주목받는 현대 미술가들의 인물화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한국 찾은 피노 컬렉션 작품들. 마를렌 뒤마의 ‘탄생’(2018년).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한국 찾은 피노 컬렉션 작품들. 마를렌 뒤마의 ‘탄생’(2018년).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나무 생명체’를 비롯한 칸의 작품 7점과 도이그 작품 2점이 있는 방의 맞은편으로 들어가자 뒤마의 흐르는 듯 강렬한 초상화가 펼쳐졌다. 아이를 배어 불뚝한 배를 한 여자의 초상은 새빨간 배경으로 동물적 생명력을 뿜어냈다. 맞은편 남자의 초상은 깊고 푸른색이 냉정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작가는 각각 ‘탄생’(Birth)과 ‘이방인’(Alien)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카롤린 부르주아 피노 컬렉션 수석 큐레이터는 “인간의 다른 얼굴을 현대 미술가들은 어떻게 보는지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찾은 피노 컬렉션 작품들. 얀 보의 ‘뷰티 퀸’(2013년).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한국 찾은 피노 컬렉션 작품들. 얀 보의 ‘뷰티 퀸’(2013년).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케어링 그룹 설립자이자 크리스티 소유주인 프랑수아 피노의 소장품이 한국을 찾은 것은 2011년 송은 아트스페이스의 ‘고통과 환희’전 이후 13년 만이다. 이번 전시는 회화는 물론 비디오, 설치, 조각, 드로잉 등 현대 미술 작품 60점을 선보인다.

베트남 출신 덴마크 작가인 얀 보의 설치 작품은 1층에서 관객을 맞았다. 베트남 전쟁 직후 유럽으로 이주한 ‘보트피플’인 작가는 청동기 시대 도끼날, 15세기 성모자상과 현대의 재료를 섞어 역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3층에는 줄리 머레투, 루돌프 스팅겔의 추상 회화가 전시됐다. 부르주아 큐레이터는 “전시를 크게 세 가지, ‘얼굴’, ‘추상’과 ‘세계와의 관계’라는 테마로 나눠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와의 관계’는 기후 위기나 생태 등 인간 중심에서 벗어나 세계를 보는 시각을 말한다. 한국계 미국 작가인 아니카 이가 인공지능으로 만든 풍경, 브라질 작가 루카스 아루다가 기후 위기로 연약해진 자연을 그린 회화 등이 전시됐다. 문어의 관점에서 세상을 본 한국 작가 염지혜의 ‘AI 옥토퍼스(Octopus)’도 볼 수 있다. 송은 관계자는 “최근 송은문화재단이 피노 컬렉션에 기증해 소장품이 된 작품”이라고 밝혔다. 11월 23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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