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이전의 한 사람 딸기 따며 상처를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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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장편 ‘딸기 이론’ 펴낸 소설가 김숨 인터뷰
2년간 이주노동자들 만나온 작가… 딸기밭 여성 근로자의 삶 그려내
국적 서로 달라 소통 어려움 겪어… 편지 형식으로 존재 가치 찾아가

딸기 농장에서 일하는 여성 이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 ‘딸기 이론’을 펴낸 김숨 작가. 이주 노동자들은 국적과 민족, 언어 때문에 낯선 한국 땅에서 차별받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딸기 농장에서 일하는 여성 이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 ‘딸기 이론’을 펴낸 김숨 작가. 이주 노동자들은 국적과 민족, 언어 때문에 낯선 한국 땅에서 차별받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딸기 농장에서 일하는 여성 이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 ‘딸기 이론’을 펴낸 김숨 작가. 이주 노동자들은 국적과 민족, 언어 때문에 낯선 한국 땅에서 차별받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딸기 농장에서 일하는 여성 이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 ‘딸기 이론’을 펴낸 김숨 작가. 이주 노동자들은 국적과 민족, 언어 때문에 낯선 한국 땅에서 차별받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저는 한 사람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주 노동자’이기 이전의 그 사람, 이주 노동자 이후의 그 사람이 궁금해요. 그래서 임금 체불 같은 당장의 문제를 묻기 전에 그 사람의 인생사부터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이주 노동자’라는 이름표는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저절로 거두어지더라고요. 그 자리엔 그냥 한 사람이 남습니다.”

김숨 작가(52)가 최근 신작 장편소설 ‘딸기 이론’(민음사)을 펴냈다. 소설은 한국의 한 딸기밭 비닐하우스에서 7년째 숙식하며 일하는 미얀마 출신 여성 이주 노동자 ‘샤빼’가, 먼저 와 있던 캄보디아 출신 ‘보파’에게 보내는 긴 편지 형식이다.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이주 고려인, 산업재해 노동자, 시각장애인 등 사회 주변부로 밀려난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가져온 작가는 이번엔 농촌 딸기밭으로 시선을 옮겼다.

작품은 2년 전 깻잎 농장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여성과 나눈 대화에서 출발했다. 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김 작가는 “임금 체불로 전 고용주와 소송 중인 분이었다. 그런데 그 문제만 묻게 되지 않더라. 어떻게 한국에 왔는지, 언제 돌아갈 것인지, 돌아가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삶 전반으로 질문이 번졌다”고 했다. 이후 작가는 경기 김포 이주 노동자 쉼터 등을 2년 넘게 드나들며 미얀마,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다양한 국적의 노동자를 만났다. 소설에서 샤빼가 보파에게 건네는 편지는 사실상 닿지 않는 편지다. 두 사람의 모국어가 다른 탓이다. 그럼에도 편지 형식을 택한 이유를 작가는 “질문 던지기”라고 했다.

“네가 어디서 왔는지, 왜 여기 있는지, 딸기 따기는 무슨 의미인지 보파에게 묻는 것 같지만 결국 샤빼가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들이에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인물의 삶을 정의하고 해석하는 건 옳지 않다고 봤거든요. 그래서 내가 샤빼가 되어야 했습니다.”

제목에 ‘이론’을 붙인 이유도 “샤빼가 자기 실존을 묻고 자신을 객관화해 가는 과정에 놓인 소설”이란 뜻을 담았다.

김 작가가 이번 작품에서 가장 경계한 건 ‘동정의 시선’이다. “혐오와 차별은 당연히 안 되지만, 안쓰럽고 불쌍한 존재로만 보는 태도도 결국 그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뭉뚱그리는 것”이라며 “그러면 여러 목소리가 있는데 하나의 목소리만 남는다”고 했다. 대신 그는 한 사람의 삶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서 “더 깊고 건강한 연민”이 생긴다고 했다.

왜 하필 딸기일까. 이주 노동자에게 ‘딸기’는 노동이자 빚이며, 고국에 보내는 송금이고, 한국에서 이주 노동자의 존재 가치를 매기는 척도다. 김 작가는 석 달 치 임금을 떼인 채 빚만 지고 돌아간 딸기 농장 노동자의 이야기를 듣고 딸기를 소재로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딸기는 모두가 좋아하는 과일의 여왕”이라며 “그런데 그 작고 흰 꽃잎이 따는 사람의 손엔 상처를 새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소설에선 한국어에 익숙하지 못한 이주 노동자가 고용주에게 ‘무지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현실도 짚었다. 하지만 그 문맹은 다른 언어가 모국어일 뿐 무지가 아니다. 김 작가는 그들이 조각난 한국어로 자기 이야기를 증언하는 걸 들으면서 “무지한 건 나라는 걸 알았고, 아름다움도 느꼈다”고 했다.

“나의 감각이 멀어서 보지 못하는 아름다움. 고 신영복 교수님이 말했던 ‘모름다움’을 저는 그렇게 정의했어요. 제가 만났던 외국인 노동자분은 ‘모름다움’을 가지고 계세요. 그분들과 만날 때마다 제 무지와 무감각에 대해 반성하게 됐습니다.”

김 작가는 다음 작품도 이주 노동자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적도 나이도 다 다른 분들을 지금도 한 분씩 만나고 있다”며 “부모를 따라 뒤늦게 한국에 와 언어 장벽과 씨름하는 청소년들에게도 눈길을 두고 있다”고 했다.

“한 분의 이야기가 그대로 한 편의 글이 되는, 그런 조각들이 모이는 글쓰기를 계속하고 싶어요.”

김도연 기자 rep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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