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장 출신 고동진 의원
국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서 강연
韓 “반도체법에 국가지원 조항 필요”
“미국이 반도체 주도권을 가져가면 한국은 주변국으로 남을 수밖에 없나요?”(조배숙 국민의힘 의원)
“미국과 중국이 자국 첨단 반도체 산업 육성에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한국이 중국에 추월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도 전력 인프라를 확충하고 반도체 업체에 대한 직접 지원을 해야 합니다.”(고동진 국민의힘 의원)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여당 초선 의원들에게 ‘반도체 선생님’을 자처하고 나섰다. 29일 ‘왜 AI와 반도체를 함께 이야기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열린 국회 세미나에서다.
고 의원은 반도체 개념과 종류, 공정부터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까지 아우르는 이야기 보따리를 90분간 풀어냈다.
‘31년 삼성맨’의 반도체 설명은 명쾌했다. “기존 반도체가 왕복 4차선 고속도로라면 HBM(고대역폭메모리) 반도체는 64차선 도로입니다. 그만큼 많은 자동차가 빠르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거죠. 그러면 기름이 많이 들겠죠? 그 기름 쓰듯이 전기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납니다. 그래서 저전력 반도체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어요.” 전력망 인프라에도 국가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어 단기 저장 장치라 전기가 끊어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D램을 “모래 위에 써놓은 글씨와 같아 파도가 밀려오면 글자가 지워진다”고 빗대고, 낸드플래시는 “굳기 전 시멘트에 써놓은 글자라 지워지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나노 전쟁의 핵심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는 달에서 빛을 쏴서 지구에 있는 가로 세로 10mm 넓이 표적에 맞출 정도로 정밀하다”며 첨단 반도체 기술을 소개하는 대목에선 곳곳에서 감탄이 터져나왔다.
반도체와 AI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끝낸 고 의원은 “2014년쯤부터 CPU(중앙처리장치)보다 GPU(그래픽처리장치) 비중이 점점 높아졌는데 솔직히 그땐 AI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지난 10년 사이에 GPU의 컴퓨팅 파워가 늘면서 AI가 급속도로 발전했다”고 했다.
참석한 초선 의원들은 고 의원이 준비한 PPT 발표자료를 연신 촬영하며 집중하고 질문 공세를 퍼부으며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수민 의원은 “AI 반도체 스타트업이 몇 개 있는데 어떻게 존재감을 보일 수 있을까”라고 물었고, 서명옥 의원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이 손해를 보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고동진 의원은 “트럼프는 정치인이라기보단 비즈니스맨”이라며 “미국에 공장 설립 중인 삼성, SK하이닉스, TSMC 등을 건드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특강 후 매일경제와 따로 만난 고 의원은 강연 배경에 대해 “지난 6월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반도체 산업에 직접 보조금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한참 했는데 반도체에 대해 아는 분들이 국회에 별로 없었다”며 “어떻게 하면 반도체를 쉽게 얘기할 수 있을지 넉달 전부터 고민했고 이번 공부가 그 결과”라고 설명했다.
강연을 들은 곽규택 의원은 “지금까지 반도체와 AI 관련 강연을 수차례 들었는데 오늘이 가장 이해가 잘됐다”며 “여야를 떠나 반도체 산업에 큰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인사말에서 “당이 준비하고 있는 반도체법에 국가의 전폭적 지원 조항이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강연은 국민의힘 초선의원 44명들이 “22대 국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인 만큼 양질의 정책을 내놓자”는 취지로 모인 3회차 공부모임이었다. 지난 6월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헌법 84조와 기후문제 등을 다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