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선의 CEO 루틴③]40년 글쓰기로 '마음 경영' 설파하는 황을문 서린바이오사이언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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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7.19 09:32 수정2025.07.19 09:32

황을문 서린바이오사이언스 회장(사진)의 신장은 176㎝다. 그는 자신의 키를 일생의 목표치로 삼았다. 그만큼의 글을 쓰겠다는 것. 41년 전 회사를 설립한 이후 황 회장이 세운 두 가지 인생 목표 중 하나다. 최근 그는 이 목표를 이뤘다. 그동안 틈틈이 제본한 책이 100여 권을 헤아리면서다.

[이정선의 CEO 루틴③]40년 글쓰기로 '마음 경영' 설파하는 황을문 서린바이오사이언스 회장

주제는 다양하다. 시문(詩文) 형태의 글은 일종의 경영철학서이자 명상록, 자기계발서다. 주로 경영자에게 주는 삶의 메시지, 성공에 대한 정의, 일이나 삶에 대한 교훈,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담고 있다. 황 회장이 이처럼 방대한 저서를 남긴 까닭은 무엇일까.

“기업을 경영하면서 터득한 지혜나 깨달음을 틈틈이 글로 옮겨 적다가, 직원들과도 공유해 서린 만의 기업문화를 일구고 싶어 집필에 나서게 됐습니다.”

루틴① ‘마음 경영’…감사함·긍정 에너지 설파

황 회장은 지금도 사내 인트라넷에 수시로 메모를 올린다. 그동안 쌓인 쪽지만 2000여 편이 넘는다. 직원들에게 보내는 잔잔한 울림의 소리다. 그는 이런 글쓰기를 바탕으로 이른바 ‘마음 경영’을 설파하는 중이다. 2018년엔 일부 내용을 모아 사마경(사람의 마음을 경영합니다)을 발간했다. 사내 한정용 비매품엔 이런 글이 들어 있다.

‘위기 시대의 리더의 역할은? 항상 조직을 긍정적 에너지가 차고 넘치게 만드는 것입니다.“
’거울은 절대로 먼저 웃지 않습니다. 세상을 향해, 자연을 향해, 직장을 향해, 거울을 향해, 내 주변을 향해 내가 먼저 다가가 먼저 웃어야 합니다.‘

마음 경영의 궁극적 목표는 일과 삶의 상황 속에 담긴 긍정 에너지를 끌어내기 위해서라고 황 회장은 역설한다. 어떤 문제가 있을 때면 관점(마음)을 옮겨 세상이 아닌 나를 바꿔 해결책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루틴② "CEO 집무실 문턱 높으면 권위적인 회사"

[이정선의 CEO 루틴③]40년 글쓰기로 '마음 경영' 설파하는 황을문 서린바이오사이언스 회장

동탄신도시 내 서린글로벌센터에는 마음 경영을 구현하기 위한 나름의 루틴이 있다. 컴퓨터 접속하려면 반드시 감사함의 내용을 한 줄 적어야 한다. 임직원 사이의 인사말도 독특하다. 서로 마주칠 때면 ’최고십니다‘라고 부른다. 서로의 존재 자체가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라는 존중의 의미다.

“회사는 일하는 곳이 아니라 성장하는 곳입니다. 구성원 하나하나는 ’주식회사 홍길동‘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자기 삶의 경영자로서 ’자발성 인재‘라는 것이죠. 또 자기 삶의 예술가로서 ’창조성 인재‘이기도 합니다. 평소 ’일을 노동이 아닌 삶‘이라고 역설하는 이유입니다. 한마디로 직원들을 업무를 위한 수단으로 보지 않고 존중하는 것이 서린 기업문화의 핵심입니다.”

직원들은 출근하자마자 황 회장의 집무실에 들러 간단한 인사를 한 뒤 자신의 책상으로 간다. 이는 아무리 낮은 직급의 직원들도 스스럼없이 회장실에 들어올 수 있는 소통의 역할을 한다.

“회장실의 문턱이 높은 회사는 권위적인 회사입니다. 그래선 조직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직원들이 이 방에 들어오는 게 편하고 익숙해지면 자연스레 높은 시선을 갖게 됩니다. 언젠가 자신도 회장이 되는 상상을 하지 않겠어요?“

황 회장은 안부를 물으며 직원들의 표정부터 살핀다. 밝고 긍정적인 상태인지 아닌지, ’마음 날씨‘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신입 직원을 뽑을 때도 마찬가지다. 밝은 표정에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온다는 확신에서다. 입사한 직원은 석 달 안에 14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 사마경을 비롯해 The Seed, 나를 변화시키는 힘 등이다. 대부분 바이오 전공자인 만큼 인문학적 소양을 일깨워주려는 취지다.

루틴③ 거꾸로 달린 벽시계, 100년 달력 걸어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서린바이오사이언스는 바이오 인프라 소재 기업이다. 1984년 설립된 이후 바이오 의약품 개발에 필요한 세포배양 배지, 혈청, 첨가제 등 핵심 원재료와 각종 의료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850억 원 선. 코로나19 기간의 매출(1000억 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단기 목표다. 올해는 특히 피부미용, 의료장비 분야에서 연구개발(R&D)부터 제조, 국내외 시장 유통, 판매까지 수행하고 있는 자회사 스타온 메디컬에 주력하고 있다.

황 회장 집무실의 벽시계는 거꾸로 걸려 있다. 창조적인 발상을 위해서다. 사내 곳곳에 100년 달력이 걸려 있는 것도 이채롭다. 달력의 맨 마지막 날짜는 2083년 12월 31일. ‘서린과학’으로 출발한 서린바이오사이언스가 100년이 되는 해다.

“기업이 100년 이상 지속하려면 반드시 그에 맞는 기업문화가 뒷받침해줘야 합니다. 마음 경영도 그러한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정선의 CEO 루틴③]40년 글쓰기로 '마음 경영' 설파하는 황을문 서린바이오사이언스 회장

[이정선의 CEO 루틴③]40년 글쓰기로 '마음 경영' 설파하는 황을문 서린바이오사이언스 회장

루틴④ 40여 년간 독서량 1만 권 넘어

황 회장의 집필량은 이미 176㎝ 높이를 넘어 2m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서린 임직원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100년, 500년 후에 읽어도 도움이 되는 글을 남기겠다는 의지에서다. 그는 매일 새벽 3시쯤 일어나 서재에서 그동안 메모한 글을 편집하느라 분주하다. 그만의 글쓰기 루틴이다.

축적된 글의 원동력은 역시 풍부한 독서량. 그동안 황 회장이 읽은 책은 1만 권이 넘는다. 저녁 약속을 멀리하고 퇴근 후 간단한 산행을 마친 후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것이 그가 즐기는 또 다른 루틴이다. 그는 ‘루틴 예찬론자’이기도 하다. 습관이 과거의 기억이고 반복적으로 형성된 무의식의 차원이라면, 루틴은 의식적이고 미래를 설계하는 행위라는 게 황 회장의 지론이다.

이제 첫번째 인생 목표를 달성한 황 회장의 나머지 목표는 어떤 것일까.
“지구별을 떠날 때 지금의 모습처럼 미소 짓고 떠나는 게 마지막 소원입니다. 허허허.”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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