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김문수 ‘대선 3수’, 안철수 ‘4수’ 도전… ‘대선 경험치’의 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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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이준석·김경수 ‘첫 도전’… 김영삼 3수, 김대중 4수 만에 대권

21대 대선 유력 주자들. 유경험자가 첫 도전자보다 훨씬 많다. 뉴스1

21대 대선 유력 주자들. 유경험자가 첫 도전자보다 훨씬 많다. 뉴스1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선 4수생 출신이다. 1971년, 1987년, 1992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네 번째 도전인 1997년 대선에서 신한국당(현 국민의힘)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은 ‘준비된 대통령’이었다. 이 슬로건은 15년 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준비된 여성 대통령’으로 부활했다. 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출마 경험이 쌓인 정치인은 신예보다 선거 운영 능력이나 위기 대응 능력이 더 뛰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상대가 첫 출마라면 이 같은 강점을 어필하는 전략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선 첫 도전에서 대권을 거머쥔 노무현, 윤석열 전 대통령은 ‘새바람’을 앞세웠다. 역대 대선 경선 최초로 당원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참여하는 ‘국민경선’을 거쳐 대선 후보가 된 노 전 대통령은 ‘국민 후보’라는 수식어와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윤 전 대통령의 슬로건은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이었다. 정치권 인사들에 따르면 처음 대선에 도전하는 정치인은 유권자에게 새로운 인물이 주는 변화와 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다. 특히 기존 정치인을 향한 피로감이 클수록 ‘신인 프리미엄’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1987년 이후 첫 도전 vs 재도전 : 4 대 4 팽팽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치른 8번의 대선 결과를 살펴보면 노태우, 노무현, 이명박, 윤석열 전 대통령 등 4명은 단번에 대통령에 당선했다(표 참조). 반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3수, 김대중 전 대통령은 4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수 끝에 대권 꿈을 이뤘다. 6월 3일 치르는 21대 대선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번 조기 대선에서 국민은 유경험자를 선택할까, 아니면 대선 신인들의 새바람에 손을 들어줄까.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시되는 이재명 전 대표는 2017년, 2022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대선 도전이다. 김두관 전 의원도 2012년, 2022년 대선 경선에 참여했고, 이번에 세 번째 경선을 치른다. 국민의힘 김문수 전 장관, 홍준표 전 대구시장, 유승민 전 의원도 3수생이긴 마찬가지다. 여기에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4수생,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두 번째 대권 도전이다. 반면 민주당 소속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첫 대권 도전에 나선다.

천차만별, 21대 대선 주자들의 ‘대선 경력’

서울 종로구 청와대 전경. 동아DB

서울 종로구 청와대 전경. 동아DB
이번 대선에서 유력 주자들을 살펴보면 유경험자가 첫 도전자보다 훨씬 많다. 이재명 전 대표는 2017년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안희정, 최성 후보 등과 함께 경선 레이스를 펼쳤지만 문·안 후보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2022년 대선에선 당의 최종 후보로 선출됐으나 본선에서 0.73%p(약 25만 표) 득표율 차이로 윤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김문수 전 장관은 2012년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새누리당 경선에 출마했지만 당 후보로 선출되지 못했고, 2017년 자유한국당 경선에서는 홍준표 후보에게 밀려 경선에서 탈락했다.안철수 의원의 대권 도전은 이번이 네 번째다. 그는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무소속으로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다가 중도 하차했고, 2017년에는 국민의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해 21.41% 득표율로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2022년 대선에서는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대선 출마 경험이 여러 번 있다는 것이 ‘안정적’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반대로 유권자에게 ‘피로감’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이 두 번째 대권 도전이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경선에 출마했지만 본경선에 진출하지 못하고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다.

첫 도전에 나서는 신예들도 있다. 친문(친문재인)계의 지원을 받는 김경수 전 지사는 출마에 무게추를 두고 출마 선언 시점을 조율 중인데, 김 전 지사가 공식 출마 선언을 하면 그의 첫 대권 도전이 된다. 한동훈 전 대표도 첫 대선 경선 참여다. 그는 검사, 법무부장관 등 오랫동안 공직자로 일했지만 아직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을 맡은 경험이 없다. 이준석 의원은 3월 31일 만 40세 생일을 맞았다. 만 40세 이상으로 규정된 대선 출마 자격을 비로소 얻은 이 의원은 3월 18일 개혁신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유력 주자 가운데 유일한 40대인 이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원내정당 대선 후보 가운데 최연소 출마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서 ‘40대 대통령’은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뿐이었고, 민주화 이후 40대 대선 당선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84호에 실렸습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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