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을 치를 때마다 지지율이 오히려 올라갔다. 기회 요인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
2021년 9월 경기도 국정감사를 한 달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국감을 통해 본인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고 지지율 상승의 발판을 만들겠다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이 발언은 결국 부메랑이 돼 이 대표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130쪽 분량의 판결문에는 이 대표가 2010년 10월 경기도 국감에서 ‘당선될 목적’을 가지고 고의로 허위 발언을 했다고 본 재판부의 판단 근거가 담겼다.
이번 재판에선 이 대표가 당시 국감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도 여러 쟁점 중 하나였다. 문제의 ‘국토부 협박’ 발언이 설령 허위더라도 공직선거법상 ‘당선 목적’이 인정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 측은 ‘국감은 국감일 뿐이고 대선과 무관하다’는 취지로 줄곧 혐의를 부인했다. 반면 검찰은 이 대표의 발언은 명백히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 반박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대표는 국정감사를 지지율 상승의 기회이자 백현동 개발사업에 대한 의혹에 대응할 기회로 삼고자 했다. 당선될 목적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앞선 인터뷰 발언 외에도 이 대표가 국감 직후 SNS에 게시한 글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해당 글에서 “국민의힘의 일방적인 주장, 허위사실에 기초한 무차별 의혹 제기가 있었지만 오히려 ‘토건세력 특혜폭탄 설계자’는 국민의힘 정권과 관계자들임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적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춰볼 때 재판부도 이 대표의 발언이 대선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이 대표가 국감에서 설명을 위해 활용한 ‘패널’은 허위발언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대법원 판례는 “후보자 토론의 경우 후보자 사이에서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제한된 시간 내에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뤄져 그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입장이다. 이 대표가 2018년 ‘친형 강제입원’ 관련 허위발언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리며 제시한 판례다.
다만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다르다고 봤다. 재판부는 “국정감사에서 질의자는 이 대표 측에 사전 질의를 한 것으로 보이며 이 대표는 발언 도중에 제시할 패널 등을 미리 준비하기도 했다”고 언급하며 앞선 대법원 판결의 법리는 이번 사건에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 대표는 항소 방침을 밝힌 상태다. 검찰 역시 이번에 무죄 판단을 받은 ‘김문기 모른다’ 부분을 다시 다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