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연극 ‘헤다 가블러’ 제작 발표회
“이혜영 선배님과 다른 ‘헤다’ 선보일 것”
“결혼, 출산, 육아를 경험한 50대가 되고 나니, 학부모로서 느낀 다양한 감정들이 연기의 자양분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20~30대 때 만났다면 헤다 역에 이렇게까지 공감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헤다 가블러’에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이영애와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배우 이영애(54)가 32년 만의 무대 복귀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LG아트센터 개관 25주년 기념 연극 ‘헤다 가블러’는 개막을 앞두고 8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이번 작품을 통해 32년 만에 연극에 복귀하는 이영애도 참석했다.
이영애는 ‘헤다’ 역에 출연하게 된 계기에 대해 “1993년 20대 때 연극 ‘짜장면’에 출연했는데, 기억에 크게 남았다”며 “배우로서 20~30대 이후를 보내면서 항상 연극에 대한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학교 지도 교수님(김미혜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명예교수)이 입센 작품 번역을 오래 하셨는데,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연극을) 하게 되면 ‘헤다 가블러’를 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며 “그 이야기가 이런 결과로 이어질지 몰랐다”며 웃었다.
‘헤다 가블러’는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1828~1906)이 1890년 발표한 대표작.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한 여성의 내면을 집요하고 섬세하게 파고든 작품이다. ‘여성 햄릿’으로 불릴 만큼 중요한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이영애가 연기하는 주인공 ‘헤다’는 외면은 우아하지만, 내면에는 숨겨진 불안과 욕망, 파괴적인 본성을 가진 입체적 인물이다.
‘헤다’ 역에 끌린 이유
이영애는 왜 헤다에 끌렸을까.
“헤다의 매력이 다양하기 때문에 여배우라면 누구나 이 역에 도전하고 싶을 것 같아요. 헤다라는 캐릭터는 ‘정답이 없는 여자’이기에, 새로운 헤다의 모습을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헤다를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에 대해선 대사량과 체력을 꼽았다. “대사가 많은 데다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다”며 “극 전체를 이끌어 가야 하니 책임감도 막중하다”고 말했다.
LG아트센터의 ‘헤다 가블러’가 화제가 된 건 이영애의 연극 복귀작이기도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국립극단에서도 이혜영(63) 주연의 ‘헤다 가블러’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려서다. 이 때문에 두 배우가 어떻게 서로 다른 헤다를 선보일지는 공연계에서 초미의 관심사다.전인철 연출은 이와 관련해 “부담감이 생겼다”면서도 “그래도 관객들이 이 작품에 관심을 많이 갖는구나 싶어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LG아트센터와 국립극단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간의 크기”라며 “저희는 가로 16m 높이 10m의 거대한 세트를 준비 중이다, 영상 라이브를 활용해 매우 스펙터클한 장면을 구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혜영 선배님과 다른 컬러의 헤다 선보일 것”
이날 동석한 이현정 LG아트센터장도 부연했다. “국립극단과 차별화된 포인트는, 저희는 리처드 이어의 2006년 각색 본으로 제작한 것”이라며 “입센의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등장인물들의 관계성을 정교하게 해석하고 있는 대본”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애에게 선배 이혜영과의 비교가 부담되진 않는지 묻자 “처음엔 걱정했다, 그럼에도 존경하는 이혜영 선배님의 ‘헤다’ 와는 다른 색깔의 ‘이영애 헤다’를 보여드릴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학문적 성취 외에는 관심이 없는 헤다의 남편 ‘테스만’ 역에는 김정호, 헤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오는 판사 ‘브라크’ 역엔 지현준이 발탁됐다.
헤다의 잠들어 있던 욕망을 깨우는 옛 연인 ‘뢰브보그’는 이승주, 헤다의 질투심을 자극하는 친구 ‘테아’는 백지원이 각각 연기한다. 이외에도 이정미, 조어진 등이 함께한다. 이영애를 비롯한 모든 배우가 전 회차에 원 캐스트로 출연한다.
연극 ‘헤다 가블러’는 오는 5월 7일부터 6월 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에서 펼쳐진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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