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문제를 ‘부동산 금융 구조’ 차원의 문제로 규정하고 자금 흐름 자체를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단순한 총량 관리 수준을 넘어 부동산 시장과 금융을 사실상 분리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공식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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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가계부채 문제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구조적 위험 중 하나”라며 “부동산 시장으로의 과도한 자금 쏠림이 경제 전반의 성장과 활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특히 가계부채 증가의 배경으로 개인과 금융회사의 ‘유인구조 결합’을 지목했다. 그는 “일부 개인은 대출을 활용해 주택을 투기·투자 수단으로 활용해 왔고, 금융회사 역시 주택담보대출을 손쉬운 이자 수익 수단으로 인식해왔다”며 “이 같은 유인구조가 맞물리며 부동산으로의 자금 쏠림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악순환을 끊고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과감한 절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절연’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 것은 이번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금융위는 이 같은 인식 아래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이 위원장은 “금융회사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의 절반 이하인 1.5%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며 “총량 관리와 함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별도 관리 목표를 도입하고 정책대출 비중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 비율을 낮추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으로 하향 안정화하겠다”며 “엄격한 총량 관리와 구조 개선을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 방침도 분명히 했다. 그는 “그동안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에 대한 신규 대출은 제한돼 왔지만,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이 반복되면서 과도한 레버리지가 유지돼 왔다”며 “앞으로는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의 주담대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세입자 보호와 시장 충격을 고려한 보완 장치도 병행된다. 이 위원장은 “임차인이 있는 경우에는 임대차 계약 종료 시점까지 만기 연장을 허용하되, 토지거래허가제 실거주 의무 완화 등을 통해 매물 출회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불법·편법 대출에 대한 강도 높은 대응도 예고했다. 이 위원장은 “사업자대출을 활용한 주택 구입 등 용도 외 유용 행위와 가계대출 규제 위반 사례를 집중 점검하고, 적발 시 대출 회수와 수사기관 통보 등 엄정 조치할 것”이라며 “금융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는 금융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은 단순히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금의 흐름 자체를 바꾸겠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이 위원장은 “금융이 앞으로 어느 부문에 자금을 공급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라진다”며 “부동산이 아닌 생산적이고 혁신적인 분야로 자금이 흐르는 ‘미래지향적 금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DSR 적용 대상 확대, 장기 고정금리 대출 전환 유도 등 가계부채 구조 개선 방안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며 “부동산 투기는 돈이 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시장에 확실히 각인시켜 나가겠다”고 전했다.

1 week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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