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의 무비홀릭]오디세이와 봉건주의

1 week ago 16

영화 ‘오디세이’의 한 장면.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이승재 영화평론가·동아이지에듀 상무 [1] ‘프란다스의 개’란 추억의 애니메이션이 있었어요. ‘세계명작극장’ 시리즈의 하나로 일본에서 만들어져 국내 지상파 TV로도 매주 한 회씩 1년간(총 52회) 방영되었는데, 프란다스의 개가 제게 남긴 트라우마는 지금도 백지 같은 저의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놓아요. 두 살에 부모를 여읜 ‘네로’란 소년이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긴데요. 네로는 학대당해 버려진 개 한 마리에 ‘파트라슈’라는 이름을 붙여 준 뒤 매일 아침 파트라슈가 끄는 수레(지금 개념으론 동물 학대)로 할아버지와 함께 우유를 배달해요. 가난하지만 장차 훌륭한 화가가 되겠단 꿈을 잃지 않지요. 보통 어린이 만화면 ‘네로가 역경을 딛고 위대한 화가가 된다’는 해피엔딩이잖아요? 이건 반대예요. 할아버지가 죽고 천애 고아가 된 네로는 크리스마스 날 파트라슈와 함께 굶주려 얼어 죽는 장면으로 막을 내려요. 아무리 영국 동화가 원작이라고 해도 어린이 시청자들에겐 학대에 준하는 엔딩이 아니겠어요? 프란다스의 개에 이어 방영된 ‘엄마 찾아 삼만리’라는 애니메이션은 설상가상이었어요. 이탈리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만화도 일본에서 제작된 세계명작극장 시리즈였어요.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돈을 벌어오겠다”며 아르헨티나로 떠난 어머니를 찾아 아홉 살 소년 ‘마르코’가 혈혈단신 남미를 향한다는 미친 스토리예요. 천신만고 끝에 엄마가 계신 곳에 당도하면 엄마는 바로 며칠 전에 다른 곳으로 떠나버린 돌아버릴 상황이 매회 엔딩에서 반복되는데, 당시 어린 저로선 나라를 잃은 것 같은 허탈감에 사나흘은 우울증 상태로 보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요. 어른이 되고도 한참이 지난 지금의 저는 이런 의심까지 맘대로 해보아요. ‘왜 명작도 아닌 이런 소설들을 70년대 일본에선 세계명작극장이란 이름의 만화로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보여주었을까? 아마도 이런 살 떨리는 내용에 공황 상태가 된 아이들은 부모가 얼마나 절대적 존재인지를 심장에 새길 테고, 이런 기저 사고를 통해 부모와 지도자와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심을 갖게 하려는 전체주의적 음모가 아닐까? 과거 봉건주의의 교묘한 잔재가 아닐까?’ 하고 말이에요. [2] 봉건적 사고가 얼마나 떨쳐내기 힘든 저주인지를 담은 일본 고전영화가 있어요. 베를린영화제 최고상(황금곰상)을 받은 이마이 다다시 감독의 1963년 작 ‘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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