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AI와 겨루는 시대 아니야…활용·협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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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서 ‘인공지능의 미래’ 주제로 궤도와 강연
“알파고와 대국 후 바둑계 천지개벽, 프로 바둑 본질 바뀌어”
“AI 관련 법 정비는 하되 규제는 반대…AI 긍정적으로 봐”

ⓒ뉴시스
“바둑 쪽을 보면 (인공지능 시대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있다.”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임교수가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인공지능(AI)의 미래’를 주제로 과학커뮤니케이터 궤도와 함께 나선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2016년 3월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역사적 대국으로 본격적인 AI 시대를 알렸다. 당시 최강자였던 이 교수는 알파고에 1승 4패로 밀렸다.

이 교수는 “알파고와 대국 전에는 AI에 문외한이었다. 제안을 받을 때도 이벤트라고 쉽게 생각했다. 질 거란 생각은 1%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1국부터 3국까지 내리 졌다. 4국에서는 작전을 짜 버그를 유도하는 수를 둬 1승을 얻어냈다.

이 교수는 “사람끼리 대결이라면 혼났을 수였고, 꼼수였다. 오직 버그를 일으키기 위한 수를 뒀다”며 “그 한 판을 이겼지만, 알파고를 이겨보겠다고 한 그 행동이 맞는가에 대한 생각도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역사적인 대국’ 이후 AI는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다. 이제 사람들은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AI를 쉽게 접하고 있다. 이 교수는 “(알파고와) 제 대국에 대해 많은 분이 관심 있게 보셨다. 문제는 그 이후 바둑계가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며 “AI를 제일 처음 맞닥뜨린 바둑 산업은 이후 천지가 개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7년부터 AI (바둑) 프로그램을 누구나 받을 수 있다. 프로 바둑 기사는 본래 바둑을 연구하고, 바둑의 길을 제시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이제는 AI를 보며 바둑을 따라두고, 공부한다. 프로 바둑의 본질 자체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AI 시대를 막을 수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는 뜻을 드러냈다. 오히려 AI가 계속해서 발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AI와 겨루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 AI를 활용하고, 더 나아가서는 협업해야 한다”며 “지금 AI를 보고 공부하는 건 협업이라고 생각한다. 학습을 넘어 사고의 영역을 확장시킨다. 바둑 분야 한정일 수 있지만 AI를 통해 사고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AI와 관련한 규제에도 반대했다.

함께 자리한 궤도가 “AI 개발 속도를 멈추는 건 불가능하다. 규제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국방이나 의료, 금융 등 아직 위험도 높은 분야에 대한 AI 전환은 신중하게 갈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자 이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이 교수는 “정반대다. 국방, 의료, 금융이 중요하니까 AI를 접목해서 앞서나가야 한다”면서 “관련 법을 정비할 필요는 있지만, 어떠한 규제도 반대한다. 인간이 간섭해서 좋아지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소신을 밝혔다.

최근 ‘지브리풍’ 사진 변환 열풍 속에 불거진 AI 저작권 논쟁에 대해서도 “한때 유행이었고, 지금은 이미 잠잠해졌다. 다른 것들도 그럴 것 같다. 너무 복잡하게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추가적인 제재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을 드러냈다. 다만 “이런 걸로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건 당연히 안 된다. 누가 생각해도 안 되는 거고, AI가 나오기 전부터 그런 건 이미 정비돼 있는 문제”라고 부연했다.

인간과 같은 수준의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AI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 출발점은 AI 기술 없이 과연 우리 인류가 지속 가능한 존재인가라는 물음에 부정적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교수와 궤도는 많은 부분에서 상반된 관점으로 AI를 바라봤다.

궤도는 “인류의 고민인 기후 위기, 기아, 불치병 등을 AGI가 해결하려고 할지 의문이다. 인류가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에 맞는 AGI가 설계되도록 해야 한다”고 하자, 이 교수는 “불가능하다. AGI가 우리에게 친화적이지 않을까 기대를 해볼 수 있지만, 그렇게 설계를 한다는 건 너무 인간의 뜻대로만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은 사람들의 큰 관심사가 됐다.

이 교수는 “어떤 게 창의적인 것이냐는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다. 그래도 창의력은 계속 중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AI가 생성하는 것들을 보고 인간의 언어로 이해할 수 있게 분석하는 게 중요해질 수 있다”며 “우리가 창의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했던 작곡이나 글 쓰기를 하는 직업은 소수만 살아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모든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며 “노래를 하거나, 뮤지컬 배우 같은 이런 건 쭉 갈 거라고 본다. 이런 분야의 가치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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