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AI는 답을 내지만 방향은 사람이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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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 특임교수가 16일 제주도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한경협 경영자 제주하계포럼’에 참석해 ‘AI 시대, 살아남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바로 ‘리더’’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 특임교수가 16일 제주도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한경협 경영자 제주하계포럼’에 참석해 ‘AI 시대, 살아남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바로 ‘리더’’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AI는 이미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답을 내놓습니다. 인간과 AI의 격차는 이미 크게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방향을 정하고, 철학을 담고, 책임을 지는 것은 사람입니다.”

16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한국경제인협회 경영자 제주하계포럼’ 현장.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유일하게 승리를 거둔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임교수가 이같이 말했다. 기업 경영자들에게 AI 활용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리더의 결단과 철학, 책임감이라는 의미였다.

이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2016년 알파고와의 대국 당시 상황을 되짚으며 AI 시대를 바라보고 대응하는 관점을 전달했다. 그는 “프로기사들은 감각으로 바둑을 뒀지만, 알파고는 첫수부터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바둑을 뒀다. 결과는 알파고의 압승이었다”며 “AI 시대에는 저처럼 준비 부족으로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한 번도 내려본 적 없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당시 1∼3국을 내리 내준 원인도 단순히 AI의 뛰어난 성능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이 AI를 제대로 이해하고 대비하지 못한 데 있었다고 돌아봤다. 반전은 4국이었다. 그는 데이터를 앞세운 알파고를 상대로 초반에 승부를 걸어서는 이기기 어렵다는 점을 깨닫고, 중반에 승부를 거는 전략을 미리 준비했다. “바둑 인생 30년 동안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수를 뒀고, 그것이 승부수였다”며 “AI 시대는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시대다. 기업도 이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AI 시대에는 AI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둑계에서는 AI가 보편화된 이후 오히려 최상위 기사들이 AI를 가장 잘 활용하면서 기사 간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교수는 “AI를 단순히 질문하는 수준에서 쓰는 사람과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의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라며 “AI가 판을 보여주면 고수는 전략을 짜고, 하수는 해설만 본다. 고수는 원리를 익히고, 하수는 정답만 외운다”고 말했다. AI는 모두에게 답을 보여주지만, 모두가 그 답의 의미까지 이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AI의 창의성을 배워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과거 바둑 기사들은 ‘3·3’이라 불리는 자리에는 돌을 두지 않았다. 두지 말라고 배웠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AI는 거리낌 없이 그 자리를 선택했고, 이제는 이것이 대세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AI 자체보다 인간만의 가치에 더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라고 거듭 강조했다. AI는 바둑도, 그림도, 음악도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지만, 그 결과물에 인간과 같은 신념과 철학, 서사, 감동 등은 담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이 교수는 “인간은 처음 방향을 제시하고, 기획하고, 자신의 철학을 담아 최종 결정을 내리는 존재”라며 “AI 활용이 보편화된 뒤에는 결국 어떤 철학과 신념을 담았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둑은 승패가 결정됐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복기까지 해야 한 판이 끝난다”며 “기업도 성공과 실패를 되돌아보고 배우는 과정이 있어야 다음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제주=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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