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기초의원 30명 피해 신고
남성 의원 얼굴 사진 합성하고
삭제 대가로 가상화폐 등 요구
지방의회 의원을 상대로 한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불법 합성물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돼 경찰이 광역 수사에 들어갔다.
17일 경찰청은 이달 서울, 인천, 부산, 광주, 대구 등 기초의회 의원 소속 30명에게서 '딥페이크 협박 메일' 피해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전원 남성 의원이며 주요 연령대는 20~40대다.
인천에서는 서구·계양구·부평구·연수구·남동구 의원 등 7명이 협박 메일을 받았고, 부산과 광주에서도 기초의원 여러 명이 같은 종류의 협박성 메일을 받았다. 대전에서는 시의원 여러 명이, 서울에서도 강서구 의원 등 구의원 4명과 시의원 1명이 협박 메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딥페이크 협박은 인터넷에 올라온 의원 얼굴 사진과 나체의 남성이 여성과 누워 있는 사진을 이용한 합성물이 첨부된 메일을 보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메일에는 사진과 함께 "당신의 범죄 증거를 갖고 있다" "어떤 영향이 터질지 알고 있을 것" "문자를 보면 당장 연락하라" 등 협박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메시지에 답장한 의원에게는 딥페이크 합성물을 삭제해주는 대가로 5만달러(약 700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요구하며 QR코드를 보내 접속하도록 유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협박범은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를 악용했다. 딥페이크 합성물에 사용된 사진은 의회 홈페이지 등에 있는 의원 증명사진인 것으로 조사됐다. 협박 메일은 민원 청취 등 의정 활동을 위한 계정을 통해 전해졌다.
경찰은 메일을 받고도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의원도 있을 수 있어 실제 피해자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동일 조직의 소행인지를 살피고 있다. 또 사태의 심각성 등을 감안해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등 각 시도청 차원에서 직접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범죄가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를 상대로도 행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일단 기초의원을 상대로 테스트한 뒤 합성 기술을 정교화해 향후 선거 국면에서 딥페이크 공작에 나설 위험도 있다.
[박동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