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 장기화, 더는 못 참아"…나토, 군사개입 카드 꺼내나

3 weeks ago 18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과 한국, 일본 등이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위해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협력에는 군함 파견 등 군사 수단까지 포함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단기 전쟁 목표도 호르무즈해협 봉쇄 해제로 옮겨가고 있다. 이란과의 전쟁에 따른 경제 파급을 최소화해 전쟁이 장기화하더라도 정치적 부담을 덜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 美에 호응하는 나토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23일 CBS 인터뷰에서 “동맹국이 호르무즈해협 안보를 위해 결집하고 있다”며 “유럽 국가들이 공조 체계를 구축하는 데 몇 주가 소요된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밝혔다. 결집 대상은 22개국이다. 영국과 프랑스 등 나토 회원국을 중심으로 한국, 일본, 호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비회원국이 포함됐다.

< 이스라엘, 레바논 남부 폭격 > 이스라엘이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테러 활동에 활용되는 레바논 남부 지역 교량과 마을에 대한 군사 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군이 레바논 남부 리타니강의 카스미야 다리를 공습한 직후 검은 연기와 화염이 치솟고 있다.  EPA 연합뉴스

< 이스라엘, 레바논 남부 폭격 > 이스라엘이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테러 활동에 활용되는 레바논 남부 지역 교량과 마을에 대한 군사 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군이 레바논 남부 리타니강의 카스미야 다리를 공습한 직후 검은 연기와 화염이 치솟고 있다. EPA 연합뉴스

뤼터 총장은 이 같은 움직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군함 파견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준비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답답함은 이해한다”며 “각국은 이란에 대한 초기 공격과 관련해 충분한 사전 정보 없이 대응을 준비해야 했던 만큼 일정 시간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22개국이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위해 어떤 조치를 단행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란군이 무력으로 상선 운항을 차단하고 있어 군사적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군함 파견 의사를 밝힌 영국을 중심으로 프랑스를 비롯해 일부 국가가 군사 행동에 나서고, 다른 국가는 물자 지원 등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 요청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국가는 전쟁 장기화에 입장을 선회하는 모양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페르시아해협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는 70%이며 지금도 선박 26척이 묶여 있다”며 “자유로운 해협 통행은 우리에게도 큰 이해관계”라고 말했다.

◇ 美 “호르무즈 완전한 파괴” 공언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걸프 국가의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최근까지 이란을 견제했지만 전쟁을 통한 정권 교체는 원치 않았다. 그 과정에서 겪을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란이 주변 국가를 공격하자 분위기가 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지정학적 위험으로 제조업 육성과 금융·관광 중심지로의 전환 등 걸프 국가의 경제 개혁 목표가 흐트러졌다”며 “이란 정권 교체를 전쟁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호르무즈해협 봉쇄 해제에 일단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NBC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은 호르무즈해협 일대 이란 방어 시설을 완전히 파괴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군사 자산을 활용한 작전은 방어 시설이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오히려 긴장을 고조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전쟁이 4주째에 접어들면서 에너지 가격 급등이 미국 경제는 물론 정치에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은 한 달 전보다 34% 상승했다. 유가가 배럴당 175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그만큼 여론은 악화하고 있다. CBS가 지난 17∼20일 미국 성인 3335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오차범위 ±2.1%포인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관련 상황을 잘 다루고 있다고 보느냐’는 문항에 62%가 부정적 답변을 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란 신정 체제 전복’ ‘핵 역량 완전 제거’ 등의 목표가 단기간에 실현되기 어려워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 봉쇄 해제에 집중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봉쇄 해제로 에너지 가격을 먼저 안정시킨 뒤 다음 목표를 차례로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뉴욕=박신영 특파원/김다빈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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