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휴전 기간 상업용 선박에 호르무즈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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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상공 사진.  /로이터

호르무즈 해협 상공 사진. /로이터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유조선 등 상업용 선박에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사이에 이뤄진 10일간의 휴전 발표가 계기가 됐다. 종전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해협 봉쇄가 풀리며 국제 유가는 10% 넘게 급락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17일 X(옛 트위터)에 “레바논 휴전 합의에 맞춰 휴전 기간 모든 상업 선박의 호르무즈해협 통행을 전면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박들은 이란 당국이 미리 공지한 협의된 항로를 따라 이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언제부터 어떤 순서에 따라 해협 이용이 가능한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내놓지 않았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레바논과 이스라엘이 10일간 휴전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조금 전 조제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매우 훌륭한 대화를 했다”며 두 정상이 16일 오후 5시(미 동부시간 기준)부터 휴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두 사람을 백악관으로 초청할 것이라며 “양측 모두 평화를 바라고 있으며, 나는 그것이 빨리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아라그치 장관의 해협 개방 발표 직후 국제 유가는 급락세를 보였다.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84.5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11% 하락했다. 6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배럴당 88.8달러로 10% 떨어졌다.

< 전쟁 ‘타임아웃’…집으로 돌아가는 길 > 레바논과 이스라엘 간 열흘간의 휴전 합의가 발표된 17일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 피란민들이 귀향하고 있다. 이들이 손으로 만들어 보인 ‘T’는 단어 ‘타임아웃’을 뜻하는 것으로 휴전을 상징한다.  /AFP연합뉴스

< 전쟁 ‘타임아웃’…집으로 돌아가는 길 > 레바논과 이스라엘 간 열흘간의 휴전 합의가 발표된 17일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 피란민들이 귀향하고 있다. 이들이 손으로 만들어 보인 ‘T’는 단어 ‘타임아웃’을 뜻하는 것으로 휴전을 상징한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내가 직접 갈 수도"…최종합의 기대감
이스라엘 반발에도 휴전 이끌어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이란과 종전을 위한 2차 협상을 이번 주말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2차 회담에 관한 질문을 받고 “아마도 주말”이라고 답했다. 지난 11일 시작해 12일 새벽까지 이어진 1차 협상에서 파악한 이란 측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양국이 합의 가능한 지점을 빠르게 모색하는 양상이다. 그는 “최종 합의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체결된다면 내가 직접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강제 휴전’ 반발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탄 직접적 계기는 레바논 내 헤즈볼라에 대한 공습 중단이다. 이는 이란이 이달 7일 2주 휴전을 개시하고 미국과 협상을 시작할 때부터 요구한 ‘첫 단추’였다. 중재자로 나선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밝힌 휴전 범위에 레바논이 포함돼 있었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무시하고 공격을 이어갔다.

상황이 바뀐 계기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이 결정이 갑작스러웠던 정황은 여럿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SNS로 상황을 알게 된 이스라엘 각료들은 이날 오전까지 휴전이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이스라엘 언론은 전했다. 채널14에 따르면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야당 지도자는 “이 정부의 모든 약속이 현실의 땅바닥에 처박혀 산산조각 난다”며 “처음도 아니다”고 쏘아붙였다.

휴전 소식이 전해지자 레바논에서는 축포를 쏘는 등 축제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란 국영방송 IRNA에 따르면 예멘 후티반군은 “레바논의 승리는 전선 단결의 결실”이라고 했으며 하마스는 “이스라엘 정권의 무능함을 보여줬다”고 반응했다.

◇종전까지 이어질까

관건은 이번 레바논 휴전이 이란 전쟁 종전까지 이어질 것인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에게 이란이 거의 모든 항목에서 미국 측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기로 강력히 합의했다”며 “이 약속은 20년을 크게 넘는 기간 동안 유효하다”고 했다. 또 “우리가 B-2 폭격기(벙커버스터)로 공격한 후 지하 깊숙이 묻혀 있는 핵 찌꺼기(농축 우라늄)를 넘기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농축 우라늄을 넘기는 것과 별개로 향후 우라늄 농축 권리를 두고서는 2차 협상에서도 양측이 치열하게 부딪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또 다른 쟁점이었던 호르무즈해협 개방과 관련해 이란이 상당한 양보를 보인 점은 긍정적이다. 전날 오만 측 영해를 통한 통행을 허용할 수 있다고 한 데 이어 이날 자신들의 수역도 열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통행료 부과 계획을 사실상 접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대가로 미국이 전쟁 복구를 위해 상당한 지원책을 내놨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행정부가 의회 동의를 얻지 않고 전쟁할 수 있는 기간인 60일이 다가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을 서두르게 하는 요인이다.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대적 공습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은 오는 28일 60일째를 맞는다.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생산 감소는 세계 경제에 상당 기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중동 지역 에너지 생산량이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약 2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이혜인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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