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에 유리한 국가기술자격
자격증, 취업률과 선호도 달라
컴활 2급, 가장 인기 많지만
취업률 높은 건 전기산업기사
개인 특성 맞는 취업전략 필요
# 금융 관련 스타트업 인사팀에서 일하는 A씨는 이력서를 받을 때마다 업무와 상관없는 엉뚱한 자격증이 줄줄이 나열돼 있어 당혹스러운 경우가 많다. A씨는 “옛날에는 워드프로세서 자격증과 컴퓨터활용능력이 중요했겠지만 챗GPT가 등장하면서 달라졌다”며 “엑셀 작업도 인공지능(AI)이 알아서 다 해주기 때문에 문서 작업 능력은 전혀 눈여겨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는 “필요 없는 자격증을 장황하게 늘어놓으면 오히려 마이너스”라며 “업무에 적합한 자격증만 이력서에 적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직자를 포함해 일반인들이 많이 취득하는 국가기술자격과 실제로 취업률이 높은 자격증이 상당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취득한 자격인 컴퓨터활용능력 2급은 한 해에 6만5290명이 취득했지만 정작 취업률이 높은 상위 10개 종목에는 들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개인 특성에 맞는 ‘취업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0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고용 경쟁력 강화를 위해 취업에 유리한 국가기술자격’을 처음 발표했다. 국가기술자격 취득자의 연령별·성별 취업률 정보를 토대로 구직자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분석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3년에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한 74만명 중 미취업자는 44만5000명이었는데, 이들 중 47.5%가 이후 1년 안에 취업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자격 취득자와 미취득자의 취업률 차이는 7.9%포인트에 달했다. 자격증이 있으면 취업률이 훨씬 높은 셈이다. 특히 취업자 1만명 이상을 기준으로 취득이 비교적 어려운 기사 등급의 취업률이 58.9%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이어 산업기사 등급(56.2%), 서비스 분야(47.3%), 기능사 등급(44.1%) 순이었다.
가장 인기가 높은 국가기술자격은 컴퓨터활용능력 2급(6만5290명), 지게차운전기능사(6만3728명)로 다른 자격증 대비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뒤를 컴퓨터활용능력 1급(2만9873명), 산업안전기사(2만8636명), 굴착기운전기능사(2만4836명)가 이었다.
그러나 취업률이 높은 자격증에는 해당 자격증들이 포함되지 않았다. 취득 인원이 1000명을 초과한 자격 중 취업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전기산업기사(73.9%), 산림기능사(71.9%), 산업위생관리기사(71.5%) 순으로 나타났다. 취득 인원이 200명 초과~1000명 이하인 종목에서는 에너지관리산업기사(79.4%), 공조냉동기계산업기사(76.9%)의 취업률이 높았다. 취득 인원이 200명 이하인 종목에서는 승강기기사(82.1%)와 생산자동화산업기사(81.1%)의 취업률이 높았다.
연령이나 성별에 따라서도 취업률이 높은 자격에 차이가 있었다. 청년층에선 기계정비산업기사(67.5%), 전기산업기사(64.3%), 산업위생관리기사(61.2%) 순이었다. 고령층에서는 전기기능사(58.1%), 한식조리기능사(54.3%), 조경기능사(50.3%) 순이었다.
남성의 경우 기계정비산업기사(67.0%), 전기산업기사(66.9%), 공조냉동기계기능사(57.9%) 자격자가, 여성은 웹디자인기능사(57.8%), 컴퓨터활용능력 2급(53.3%), 직업상담사 2급(51.5%) 자격자의 취업률이 높았다.
임영미 고용부 직업능력정책국장은 “국민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자격을 취득하고 있어 많이 취득하는 자격과 취업이 잘되는 자격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며 “이번 분석 결과는 취업을 목적으로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하는 구직자들이 취업에 유리한 자격을 선택해 취업 경쟁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