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키우는 A씨는 최근 동물병원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반려견이 수술을 받아야 하는 중증 질병에 걸린 데다 수백만원의 병원비까지 청구돼서다. A씨는 “동물 병원비는 사람처럼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싸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명을 넘어서면서 펫보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보험사들도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펫보험 시장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에 한창이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펫보험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소액단기전문보험사가 출범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확 커지는 펫보험 시장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2025 한국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반려동물 보유 가구의 70.2%는 최근 2년 내 반려동물 치료비를 지출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치료비는 102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비싼 치료비 부담에 펫보험에 대한 가입 수요도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10개 손해보험사(메리츠·한화·롯데·삼성·현대·KB·DB·NH농협·라이나·캐롯)가 보유한 펫보험 계약 건수는 지난해 말 기준 총 16만2111건으로 집계됐다. 전년(10만9088건) 대비 48.6% 급증했다.
펫보험은 국내 동물병원에서 발생한 반려동물의 입원비, 통원비, 수술비를 보상하는 상품이다. 하지만 예방접종, 중성화 수술, 미용, 성대 수술, 발치, 스케일링 등으로 인한 비용은 보상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펫보험이 보상하는 대상은 질병, 상해로 인한 비용이기 때문이다.
별도 특약에 가입할 경우 반려동물이 흔히 겪는 슬개골 탈구부터 자기공명영상(MRI)·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백내장 수술 등을 보장받을 수 있다. 반려동물 사망 시 장례비나 위로금도 받는다.
그동안 회사마다 펫보험 상품 구조는 제각각이었다. 올해 금융당국이 표준화 작업에 나서며 지난 5월부터 판매된 모든 신규 상품의 갱신 주기는 1년으로 단축됐다. 반려동물의 치료 이력이 있으면 이듬해 보험료가 크게 인상되거나 가입이 거절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최소 자기 부담금은 3만원으로 정해졌다.
펫보험 전문회사도 등장
보험료는 반려동물의 종, 나이,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통상 월 2~5만원 수준이다. 적지 않은 보험료 때문에 상품 가입을 망설이는 이들이 많았다.
최근에는 보장 항목을 간소화하는 대신 보험료를 확 낮춘 상품이 잇따라 출시됐다. 지난 15일 출범한 국내 첫 반려동물 전문 보험사인 마이브라운이 선보인 상품이 대표적이다. 기본적인 보장을 제공하는 ‘옐로우 플랜’ 보험료는 말티즈 2세 기준 월 1만9863원, 먼치킨 2세 기준 월 1만8454원이다. 마이브라운 관계자는 “동일 연령의 견·묘종 기준 타 보험사 대비 보험료가 약 20~30% 저렴하다”고 말했다. 마이브라운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지분투자를 한 소액단기전문보험사다.
실시간 보험금 지급 시스템 '라이브청구'를 도입해 고객 편의도 높였다. 마이브라운과 연계된 파트너 병원에서 진료 시 앱 내 QR코드로 접수하면 보험금 심사·지급이 즉시 진행된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이 운영하는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도 눈여겨볼 만하다. 각 앱에서 반려동물의 종과 나이 등 정보를 입력하면 가장 적합한 상품을 자동으로 찾아준다. 서형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