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도 ‘진짜’ 의사가 되고 싶다[기고/임숙영]

1 day ago 10

임숙영 인하대 의대 산학협력교수·전 질병관리청 차장 서해 최북단에는 인천항에서 배로 6시간 걸리는 백령도가 있다. 요로결석이 있어도 날씨가 궂어 배가 뜨지 않으면 진통제로 일주일씩 버텨야 하는 곳이다. 다행히 이 섬에는 백령병원이 있어 큰 수술이 아니면 필수적인 치료를 제공한다. 이두익 백령병원장은 인하대병원에서 의료원장으로 퇴직한 뒤 13년째 의료 오지에서 병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올해부터 인하대 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이곳에서 3주간의 지역사회 특성화 실습을 하고 있다. 지역주민을 돌보려는 선배 의사의 사명감을 배우고, 인근 대청도와 소청도에도 의료봉사를 나갔다. 이에 더해 지역사회의 고혈압, 당뇨병 관리 실태를 조사하고 주민들의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보건교육을 진행했다. 의사로서 가져야 할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소명의식에 대한 교육을 받는 것이다. 많은 의대생들이 경제적 동기에 의해서만 의대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인류애를 실천하며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의대에 진학하기로 결심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이 같은 소명의식이 학생들이 의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제1의 동기였다. 그런데 졸업 후 전공의 지원을 하는 단계에 이르러서는 수입이나 근무환경과 같은 현실적 여건의 영향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의사들이 단순히 경제적 동기에만 반응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환자를 살리고자 의대에 지원했던 의사들의 순수한 동기를 간과하는 것이다. 필수의료 공백을 해결하려면 이런 현실적 여건이 장벽이 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정부가 건강보험 수가 개선,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 등의 제도 개선 방안을 추진하는 이유일 테다. 동시에 예비 의사들의 순수성이 망각되고 수가, 근무환경 등 현실적인 여건이 전문과목 선택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동하는 것은, 우리 의학교육이 학생들의 순수한 동기를 살려내지 못하는 방향으로 이뤄져 왔다는 말이기도 하다. 대만 츠지(慈濟)대 의대는 ‘조용한 스승(Silent mentor)’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대학은 1994년 지역 필수 공공의료 강화를 위하여 설립됐다. 1996년부터 해부학 수업을 개혁해 카데바(해부용 시신)를 단순히 해부 실습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말 없는 스승’으로 재정의했다. 이를 통해 삶에 대한 성찰과 생명의 존엄성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은 단순한 해부학 실습에서 벗어나 기증자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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