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현지 언론이 꼽은 차기 교황 유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한국인 최초 교황청 장관인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주님께는 동서양의 구분이 없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유 추기경은 23일(현지시간) '차기 교황이 아시아에서 나올 수 있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유 추기경은 전 세계 가톨릭계에서 주목하는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로부터 차기 교황 유력 후보로 선정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첫 아메리카 대륙 출신이었던 만큼, 주요 외신은 교세가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차기 교황이 탄생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유 추기경은 필리핀 출신인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과 함께 아시아권 교황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유 추기경은 또 콘클라베(Conclave·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가 일찍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과도기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주님의 뜻을 지켜보자"고 콘클라베가 길어질 수도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차기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는 5월 5일부터 10일 사이에 시작된다. 만 80세 미만 추기경이 비밀투표에 나서며 최종 교황 선출까지 외부와 격리된 채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투표가 반복된다.
한편 유 추기경은 지난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서임식에서 교황한테 받은 반지를 강도에게 빼앗긴 적이 있다고 고백해 이목을 모았다.
그는 "지난 2월에 어느 신부님을 보러 갔는데 그 집에 강도가 들었어요. 마침 제가 금빛 나는 시계를 차고 있었는데 만원이나 하나 모르겠어요. 그런데 금빛 나니까 딱 뺏는데 시계가 걸치길래 빼서 줬죠"라며 이야기를 이어가던 유 추기경은 "근데 반지도 내놓으라는 거예요. 주고 강도가 떠날 때 '하느님이 너를 축복해주시기를 바란다'고 했어요. 반지 잃어버렸다고 교황님께 말씀드렸더니 이튿날 반지를 하나 새로 주셨어요. 이게 그 반지예요"라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