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탁신 前총리의 딸 패통탄 총리
軍사령관 험담 드러나 지지율 급락
헌재서 해임 심판… 집무 정지시켜
탁신은 왕실모독 혐의 재판 시작
AFP통신에 따르면 1일 태국 헌법재판소는 패통탄 총리에 대한 해임 심판 청원을 받아들여 판결까지 총리 집무를 정지시켰다. 다만 패통탄 총리가 문화부 장관을 겸직하고 있어 헌재 결정 이후에도 내각에 남아 국정에 관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태국 상원의원 36명은 올 5월 시작된 캄보디아와의 국경 분쟁지 무력 충돌 과정에서 패통탄 총리가 헌법을 위반했다며 해임을 요구했다.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된 가운데 지난달 18일 패통탄 총리와 훈 센 의장의 통화 내용이 유출돼 패통탄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통화에서 패통탄 총리는 북동부 국경지역 부대를 지휘하는 분씬 팟깡 태국군 제2사령관을 “반대 세력”이라고 지칭했다. 또 분씬 사령관이 “단지 멋있어 보이려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며 폄하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태국 국립개발행정연구원(NIDA) 여론조사에서 패통탄 총리 지지율은 9.2%까지 추락했다. 3월 여론조사에서 패통탄 총리의 지지율은 30.9%였다.
친나왓 일가에 대한 친(親)군부 세력의 도전도 거세지고 있다. 친군부 성향의 품짜이타이당이 연립정부에서 탈퇴한 뒤 간신히 과반을 유지하는 가운데 군부와 가까운 상원의원들이 헌재에 패통탄 총리의 해임을 요청했기 때문이다.탁신 전 총리는 2001년 집권 후 20년 넘게 군부와 대립하고 있다. 2006년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자 훈 센 의장이 탁신 전 총리의 해외 도피를 도왔을 정도로 가까운 친구 사이였다. 그럼에도 패통탄 총리와의 통화 내용을 유출한 이유에 대해 훈 센 의장은 “패통탄 총리가 아들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탁신 전 총리는 2023년 8월 측근인 세타 타위신 전 총리가 선출되자 15년 만에 태국으로 귀국했다. 귀국 직후 법원으로 이송돼 부패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받았으나, 건강 악화를 이유로 바로 병원으로 이송된 뒤 6개월 만에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지난해 8월 딸인 패통탄 총리가 취임한 직후에는 사면까지 받았다. 하지만 탁신 전 총리의 끈질긴 정치생명이 이제 중대 위기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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