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사용자성·경영성과급 임금성…한눈에 보는 판결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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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사용자성·경영성과급 임금성…한눈에 보는 판결 흐름

2025년 12월 11일 생중계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고용노동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중대재해 근절 및 근로감독 대폭 강화, 하청 노조의 원청에 대한 단체교섭 촉진 등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올 상반기 내에 포괄임금제 폐지 및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마무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정부 못지않게 노동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원의 판결은 어떠했을까? 노사관계, 임금, 근로관계, 근로자파견 등 주요 이슈별 최근의 판결 경향을 살펴본다.

먼저 원청의 사용자성이다. 작년 서울행정법원에서 원청의 사용자성, 즉 원청의 하청 노조에 대한 단체교섭의무를 인정하는 판결이 연달아 3건 선고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판결은 노동조합법(이른바 노란봉투법) 개정 이후 선고된 백화점·면세점사 판결이다(서울행정법원 2025. 10. 30. 선고 2024구합72896 판결). 이전 판결에서는 원청이 하청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는 것을 전제로 개별 의제별 단체교섭의무를 판단했는데, 백화점·면세점사 판결에서는 이와 달리 원청이 하청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지 않더라도 개별 의제별로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면서 3가지 교섭의제에 대해 원청의 단체교섭의무를 인정했는데, 그중 하나가 원청 노조 역시 교섭의제로 주장하기 어려웠던 백화점·면세점사의 영업시간과 휴무일이다. 이는 사실 백화점·면세점사의 전속적인 경영에 관한 사항인데도, 해당 판결이 이를 교섭의제로 인정하면서 큰 논란이 되었다. 다소 무리한 판결로 보이지만, 이 판결 경향이 계속된다면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대폭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주목했던 경영성과급에 관한 판결이다. 대법원은 지난 1월과 2월 경영성과급의 임금 여부에 관한 5건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대법원은 4개 기업의 경영성과급은 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은 반면, 일부 기업의 목표 인센티브는 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성과 인센티브는 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1다248299 판결).

5건의 대법원 판결 취지를 정리하면 이렇다. ① 경영성과급의 재원이나 그 지급 여부가 당기순이익 또는 영업이익의 발생 여부를 조건으로 하여 결정되고 매년 지급액의 변동 폭도 크다면, 임금성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다. ② 반면 사전에 경영성과급의 지급 규모가 어느 정도 확정되고, 지급률에 관한 평가 항목이 근로의 양과 질에 비례한 것이며, 지급액의 변동 폭도 적다면 임금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③ 매년 연도별로 당해 연도에 한정하여 지급 여부와 지급 기준을 정한 노사합의에 따라 경영성과급이 지급된 사정만으로는 사용자의 임금지급의무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와 같이 대법원이 경영성과급의 임금성 여부에 관한 나름의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은 높게 평가되지만, 임금성이 인정되었던 기업의 목표 성과인센티브 역시 세전 이익이나 영업이익(재무적 성과)에 따라 결정되는 경영성과급인 점에서, 대법원이 명확하고 일의적인 기준을 제시했다고는 평가하기 어렵다.

매년 이른바 특수형태노무제공자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에 관한 판결이 선고되고 있다. 최근에도 생명보험회사 보험설계사 등을 교육하는 교육매니저(대법원 2025. 7. 3. 선고 2023다219752 판결), 신용정보회사에서 부동산 담보 대출에 필요한 임대차 유무 등을 조사하는 임대차 조사원(대법원 2025. 7. 3. 선고 2025다201540 판결), 우유배달원(서울행정법원 2025. 9. 10. 선고 2025구단52669 판결), 야구단 소속 트레이너(부산지방법원 2025. 8. 21. 선고 2024나54928 판결), 프로축구단 산하 유소년 팀 감독 및 코치(부산지방법원 2025. 3. 12. 선고 2022가단350232 판결)를 근로자로 인정한 판결이 선고되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노무제공자가 증명해야 하는 사항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2026년 5월 이전에 근로자성 유무에 관한 증명책임을 전환해서 ‘노무제공자가 근로자가 아님’을 사업주가 증명하지 못하는 한, 해당 노무제공자를 근로자로 인정하는 ‘근로자 추정제’를 입법화하겠다고 밝혔다. 입법화될 경우, 근로자성을 둘러싼 소송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작년 9월 근로자파견에 관한 판결 2건을 선고하였다. 먼저 대법원은 타이어 제조회사의 공장 구내 식당에서 조리 업무 등을 담당하는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는 타이어 제조회사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5. 9. 26. 선고 2022다276369 판결). 반면 대법원은 자동차 제조회사 연구소에서 상용시제차량의 내구주행시행 업무를 담당하는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는 자동차 제조회사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보았다(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1다218755 판결). 대법원이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관한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한 후 일부 간접생산공정 업무까지 인정하면서, 실무상 그 한계가 적지 않게 문제되었다. 이후 법원은 일반시설의 관리업무와 같은 부대업무에 대해서는 대체로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대법원 판결 역시 위와 같은 흐름에 따르면서도 근로자파견에 관한 기본 법리에 충실하게 근로자파견관계 유무를 판단한 것으로 평가된다.

새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 노동계·경영계가 숨가쁘게 달려왔던 것처럼, 법원 역시 노동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결을 선고하면서, 노동 관련 이슈를 주도하였다.

최근의 판결 경향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업주이든 노무에 종사하는 노무제공자이든 미래를 가늠할 수 있어야 현재를 계획하고 설계할 수 있다. 누구든지 예측할 수 있고 또 수긍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판결이 선고되기를 기대해 본다.

조찬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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