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연주' 큰 별이 지다…英 지휘자 로저 노링턴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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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原典) 연주'로 음악 연주사에 한 획을 그은 영국의 지휘자 로저 노링턴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1세.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노링턴은 영국 엑서터 외곽의 자택에서 별세했다.

노링턴은 작품이 쓰인 당시의 곡 해석과 연주 기법 등을 고려해 원전에 가깝게 음악을 재현하려는 '역사주의 연주'에 천착한 지휘자로 1997년 기사 작위를 받았다.

1934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태어난 노링턴은 10세 때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합창단에서도 활동했다. 그러나 대학에서는 영문학을 전공했고, 본격적으로 음악가의 길로 뛰어든 것은 대학 졸업 후다.

1962년 하인리히 쉬츠의 합창 작품집이 새로 출간됐을 때 이 음악을 지휘해보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합창단을 결성했고, 런던 왕립음악대학에 입학해 저명한 지휘자 아드리안 볼트로부터 지휘를 사사했다.

쉬츠 합창단을 성공적으로 이끈 그는 1969년 켄트 오페라 음악감독으로 임명됐고, 본머스 신포니에타, 뉴욕 세인트 루크 오케스트라 등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옛 연주기법으로 작곡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원전연주 운동을 주도했다. 지휘자로서 국제적 명성을 얻은 것은 1987년 베토벤 교향곡 2번과 8번을 담은 음반을 내놓은 이후부터다. 베토벤 시대의 메트로놈 지정에 충실한 빠른 템포의 베토벤 교향곡 해석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그는 이후 1998∼2011년 슈투트가르트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2011∼2016년 취리히 체임버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로 활동했고, 1997년 기사 작위를 받았다.

현악기 연주 시 소리에 규칙적인 떨림을 줘 음색을 풍부하게 만드는 비브라토를 '현대의 마약'이라며 배척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청중에게 교향곡이나 협주곡 악장 사이 박수를 쳐도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연주 도중 청중을 향해 고개를 돌려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는 18∼19세기에는 흔했지만, 오늘날에는 환영받지 못하는 관행이다.

노링턴은 2021년 11월 로열 노던 신포니아의 콘서트 지휘를 끝으로 은퇴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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