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도 유명배우도 없어…‘어쩌면 해피엔딩, 그걸 누가 봐’ 그랬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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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상’ 박천휴 작가 기자간담회

뮤지컬 ‘어쩌면 해피 엔딩(Maybe Happy Ending)’ 박천휴 작가가 2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06.24. [서울=뉴시스]

뮤지컬 ‘어쩌면 해피 엔딩(Maybe Happy Ending)’ 박천휴 작가가 2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06.24. [서울=뉴시스]
“개막 전엔 이 공연은 ‘안 될 이유’가 많았어요. ‘미래의 한국에서 로봇이 주연이라고? 그걸 누가 봐’라고들 했으니까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38)는 24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회의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미국 개막 당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실제로 “원작도, 티켓 파워 있는 배우도 없었다”는 우려 속에서 출발했던 ‘어쩌면 해피엔딩’은, 최근 미국 토니상에서 작품상 연출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음악상 무대디자인상 등 6관왕에 오르며 한국 뮤지컬 역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한국인이 극본을 쓴, 한국 배경의 창작 뮤지컬로선 전례 없는 성과다.

2023년 11월 미 뉴욕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에서 개막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가까운 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는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점차 감정을 알아가고 사랑에 이르는 과정을 그렸다. 박 작가는 “오랫동안 교제하던 연인과의 이별, 또 가까운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으며 느꼈던 상실의 감정을 로봇의 이야기로 풀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초연부터 토니상 수상까지는 10년 가까이 걸렸다. 2016년 12월 대학로 초연 이후 다섯 차례 재연되며 국내 팬층을 다졌다. 영어 버전은 초연 당시부터 함께 개발했으며, 같은 해 뉴욕에서 낭독 공연을 했다. 2020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시범 공연을 거쳐 결국 브로드웨이 무대까지 올랐다. 박 작가는 “뮤지컬은 많은 이들의 협업이 필요한 작업이라, 모든 행성이 제자리를 찾아야 가능한 일”이라고 표현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K뮤지컬의 저력을 세계에 알린 작품. 박 작가는 “아직 ‘K뮤지컬’이란 용어는 널리 쓰이진 않지만, 관객들이 ‘이 작품이 한국에서 왔구나’라고 말해줄 때 가장 뿌듯하다”며 “무대 뒤에서 배우들이 한국어로 ‘밥 먹었어?’라고 인사할 때도 그렇다”고 전했다.

브로드웨이에서도 뮤지컬의 주요 모티브에서 따온 ‘반딧불이(Fireflies)’라는 팬덤이 생겼다. 팬들은 자발적으로 티켓을 나누고, 소셜미디어로 작품을 홍보하며 입소문을 퍼뜨렸다. 박 작가는 “한국 팬들은 감동을 속으로 표현한다면, 미국 팬들은 감탄이나 박수로 반응해 준다”고 말했다.

함꼐 극을 만든 작곡가 윌 애런슨에 대해서는 “우린 한 글자를 두고 며칠씩 싸울 만큼 치열하게 작업한다”며 “서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다 보면 관객도 납득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수상 뒤 찾아온 부담은 없었을까. 박 작가는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웃어보였다.

“토니상 트로피가 뉴욕 집 허름한 식탁 위에 놓여 있는 걸 보고 ‘어떡하지’란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상에 눌리면 자연스럽지 못한 작품을 쓰게 될 것 같아요. 좋은 파트너 윌과 서로 보완하며 작업하려 합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10월 30일부터 내년 1월 25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여섯 번째 국내 공연을 가진다. 제작사 NHN링크의 한경숙 이사는 “지난 10년간 아쉬웠던 점을 보완하려 한다”며 “브로드웨이 버전은 2028년 국내에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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