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닥공’ 외치기 전, 비용-편익 분석부터 하라[기고/이정민]

1 day ago 9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정부가 갑자기 ‘닥공’, 그러니까 ‘닥치고 공급’으로 부동산 정책의 중심축을 바꾼 것인가. 서울 용산공원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이야기가 느닷없이 튀어나와 당황스럽다. 충분한 검토 과정이나 구체적인 계획, 데이터에 근거한 분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용산공원 활용은 남는 땅에 아파트 몇 동을 짓는 문제가 아니다. 한 번 공원을 주택용지로 바꾸고 건물을 올리면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한 비가역적 결정이다. 앞으로 5년의 집값만 보고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50년, 100년 뒤 서울의 모습을 생각하며 판단해야 할 문제다. 서울 한복판의 대규모 녹지를 보존할 것인지, 일부를 주거 공간으로 바꿀 것인지는 한 정부가 즉흥적으로 꺼낼 수 있는 정책 카드가 아니다.국토교통부에 묻고 싶다. 주택 공급을 위한 용산공원 활용을 사전에 검토한 보고서가 하나라도 있는가. 있다면 공개해야 한다. 없다면 연구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민은 적어도 어느 지역에 몇 채를 어떤 방식으로 공급하려는지 알아야 한다. 공원 면적은 얼마나 줄지, 교통·학교·기반시설은 어떻게 확충할지, 토양 정화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지도 제시해야 한다. 기존 용산공원 계획과 어떻게 조정할지도 검토해야 한다.‘공급을 늘리면 집값이 내려간다’는 단순한 논리는 현실에서 통하지 않는다. 집값은 공급량 하나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입지, 주변 환경, 금리, 개발 기대와 미래 공급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함께 작용한다. 만약 신규 주택의 공급이 지역 전반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긍정적인 외부 효과를 만들어 내면 그 지역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집값이 오히려 올라갈 수 있다. 용산에서도 비슷한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가령 공원 가운데 실제 이용가치가 낮거나 방치된 부지를 주택과 상업·편의시설이 결합된 공간으로 개발한다고 해보자. 정부가 생각하는 대로 주택 공급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접근성이 개선되고 새로운 고급 주거지역이 만들어지면서 오히려 그 일대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질 수도 있다.지금은 정치가 아니라 면밀한 경제학적 비용-편익 분석이 필요한 순간이다. 자료도 없이 공론화부터 하겠다는 접근은 위험하다. 그렇게 되면 “집이 중요하냐, 공원이 중요하냐”란 정치적 구호 싸움만 남는다. 중앙정부와 서울시, 여야가 충돌하면서 장기적 도시계획은 사라지고 정쟁만 남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금 결정해도 계획 수립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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