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發 역대급 널뛰기 증시, 전문가 긴급 진단
3월에만 36조 팔아치운 외국인
유가·환율 불안에 복귀 불투명
수급 쏠림이 반등 기회 전망도
올 수익률 최하위 찍은 코스피
수습 국면땐 회복탄력성 클 것
반도체·증권 업황 꺾인건 아냐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촉발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전날 8.44% 급등했던 코스피는 2일에는 4.47%나 빠지며 롤러코스터 장세가 펼쳐졌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1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코스피가 출렁일 때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번 사태가 '일시적 노이즈'에 그칠지 아니면 고물가·고금리와 맞물린 '구조적 하락'의 신호탄일지에 쏠린다. 하지만 자본시장의 시각은 비관적이지 않다. 국내 증권·자산운용업계 전문가들은 "코스피 5000선이 심리·기술적 지지선 역할을 할 것"이라며 "(외국인 매도세에도) 실적 기반의 주도주를 중심으로 한 반등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정의현 미래에셋자산운용 상장지수펀드(ETF) 운용본부장은 현재의 하락을 '수급의 극단적 쏠림'으로 규정했다. 정 본부장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현 상황의 심각성을 짚었다.
그는 "지난 3월 한 달간 외국인이 코스피에서만 약 36조원을 투매했는데 이는 코로나19 당시 월간 최대 순매도액인 12조5000억원을 세 배 이상 웃도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 본부장은 이러한 급격한 이탈이 오히려 빠른 반등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시나리오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지율 반등을 위해 조기 종전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미군이 철수하고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외교 영역으로 넘어가 명분이 작아지면 코스피는 전고점을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히 그는 반도체 섹터 독주를 확신하며 "데이터 압축 기술이 발전해도 데이터를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옮기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병목 현상은 여전하다"고 부연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하단 지지선을 두 단계로 나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7.5배에 해당하는 5050선이 1차 심리적 하단"이라면서 "기술적으로 주가의 장기 추세를 보여주는 120일 이동평균선이 지나는 4700선이 강력한 2차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해서도 이 센터장은 '종료 임박'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는 "연초 이후 외국인이 60조원 가까이 순매도하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도주의 보유 지분율이 급감했다"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즉 한국 증시에 대한 비중 축소 작업이 이미 8~9부 능선을 넘은 '후반부'에 진입했다는 해석이다. 이 센터장은 이번 사태를 구조적 침체가 아닌 '저점 매수 기회'로 봤다. 그는 "전쟁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역사적으로 장기화되거나 추세적 약세장으로 이어진 사례가 드물다"며 "리스크가 가격에 이미 반영된 만큼 종전 국면 전환 시 주도주인 반도체와 증권주의 회복 탄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상우 KB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시장의 '펀더멘털'과 '복원력'에 집중했다. 정 본부장은 "3월 이후 형성된 저점과 4월부터 발표될 기업들의 견고한 이익 추정치를 감안할 때 5000선은 탄탄한 하방 경직성을 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외국인 수급 회복 속도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유럽 재정위기나 코로나19 사태 당시 외국인 이탈이 4개월 이상 지속됐던 점을 고려하면 전쟁 종료 후 복원될 까지 불안감이 조금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와 환율 안정이 수급 전환의 선결 조건이라는 해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본부장은 한국 증시의 상대적 매력도를 높게 점쳤다. 그는 "코스피가 글로벌 지수 중 가장 큰 조정을 받은 만큼 국면 전환 시 회복 속도 역시 가장 빠를 것"이라며 "외국인 자금이 집중적으로 빠져나갔던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들이 반등장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강하게 뛰어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대석 기자 /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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