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주가 70% 급등…변기 만들던 회사의 '놀라운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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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 제조사로 유명한 일본 토토(TOTO)는 올해 들어 주가가 70% 급등했다. 음식에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나트륨(MSG)을 개발한 아지노모토 역시 55%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100년 이상 역사를 지닌 이들 기업은 닛케이225지수 상승률의 세 배에 달하는 성적으로 일본 증시를 주도하고 있다.

올해만 주가 70% 급등…변기 만들던 회사의 '놀라운 변신'

아날로그 기반 하드웨어 기술을 인공지능(AI) 칩 제조에 본격 활용한 것이 비결이다. ‘모노즈쿠리’(힘을 쏟아 최고 제품을 만든다)로 불리는 장인정신이 오랜 기간의 연구개발(R&D)과 결합해 AI 공급망 강자로 이들 기업을 탈바꿈시켰다.

◇장인정신 살려 AI 공급망 강자로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변기의 글로벌 강자인 토토는 지난해 수익의 절반 이상을 반도체 생산 소재에서 벌어들였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실리콘 웨이퍼를 고정하는 ‘정전척’(Electrostatic Chuck)이다. 2026회계연도 기준으로 이 사업 매출은 전체의 10%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에서 55%를 차지했다.

정전척은 극저온에서도 변형되지 않으면서 정전기력을 유지해야 하는 까다로운 사양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 토토는 1984년 관련 사업 부문을 설립해 기술력을 강화했다. 하야시 료스케 토토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당시 세라믹 사업을 투자자에게 설명하면 ‘그게 주방에서 쓰이는 건가요’라고 되묻곤 했다”고 회상했다.

아지노모토는 MSG 제조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활용해 아지노모토빌드업필름(ABF)을 제조한다. AI 칩을 회로 기판에서 절연할 때 필요한 소재다. 엔비디아 ‘블랙웰’ ‘루빈’ 등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작에 필수적이다. 애플 아이폰과 맥북 패키징 공정에도 쓰인다.

10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MSG를 생산하며 축적한 기술을 활용할 방법을 찾다가 1970년대 ABF 개발에 성공했다. 세계 시장의 95% 이상을 점유한 아지노모토의 ABF는 최근 AI 칩 수요가 폭증해 공급 물량이 부족하다.

◇“수십 년 기술 축적”이 비결

이 밖에 안경 렌즈와 콘택트렌즈를 생산하는 호야는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에 새기는 노광 공정에서 사용하는 블랭크마스크의 주요 공급 업체가 됐다. 문구 브랜드 사쿠라는 색연필 제조에 사용하던 기술을 반도체 제조 공정 결함을 검출하는 데 적용하고 있다.

후지필름은 사진 필름 제조 과정에서 쌓은 정밀 화학 기술과 필름 코팅 노하우를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핵심 소재 분야에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노광 공정에 쓰이는 포토레지스트 분야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확보하며 공급망의 필수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잇따른 변신과 관련해 일본 기업 특유의 장인정신으로 축적된 아날로그 하드웨어 기술이 빛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번스타인의 데이비드 다이 연구원은 “일본 하드웨어 기업은 수요가 명확하지 않은 단계에서도 기술 개발을 이어가며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며 “그 덕분에 수십 년에 걸쳐 기술을 축적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꾸준함에 비해 상황 변화 대응에 늦기도 한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수요가 증가했을 때 일본 공급 업체는 답답할 정도로 대응이 느리다”며 “토토와 아지노모토 모두 반도체 관련 제품의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 있지만 그 속도는 AI산업의 폭발적 성장세에 비하면 상당히 느긋해 보인다”고 했다. 이에 주요 외국인 주주 중 한 곳인 팰리서캐피털이 지난 2월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세라믹 사업 부문의 투자 규모가 지나치게 작다”며 “주가를 최대 55% 높이는 요인인 만큼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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