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WB)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3%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등으로 세계 경제 전반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진단이다.
WB는 10일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무역 관련 긴장 고조와 정책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초 발표한 전망치(2.7%) 대비 0.4%포인트 낮췄다.
보고서에 따르면 WB는 전 세계 경제 주체의 70%에 대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WB는 “현재로선 글로벌 경기 침체는 예상하지 않지만 향후 2년간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0년대 첫 7년간의 평균 성장률은 1960년대 이후 최저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발도상국들도 예외는 아니다. WB는 올해 개도국의 평균 성장률이 3.8%에 그칠 것으로 봤다. 이는 2010년대 평균 성장률(5%대)보다 1%포인트 이상 낮고, 올해 초 WB가 예상한 4.1%보다도 0.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저소득 국가 성장률 전망치도 5.3%로 하향 조정했다. 기존 대비 0.4%포인트 낮췄다. 한국이 포함된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성장률은 올해 4.5%로 둔화한 뒤 2026~2027년에는 4%대 초반까지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전망은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WB는 관세 인상 여파를 반영해 “올해 전 세계 물가 상승률이 2.9%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예상치보다 상향된 수치다. 다만 보고서는 무역 환경 개선이 성장률 반등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WB는 “현재의 무역 갈등이 해소되면 2025~2026년 세계 성장률이 평균 0.2%포인트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