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정후가 돌아 본 전날 주심과 충돌 [현장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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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가 주심의 오해를 샀던 상황을 돌아봤다.

이정후는 1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리는 LA에인절스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다시 영상을 보니 오해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전날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원정경기 9회초 타석에 대해 말했다.

이정후는 9회초 타석 도중 필 쿠지 주심과 작은 충돌이 있었다. 늘 하던 습관 대로 헬멧을 만졌는데 쿠지 주심이 이를 헬멧 위를 두드리는 ABS 챌린지 요청 동작으로 오해한 것.

이정후는 뉴욕과 필라델피아 원정 7연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 고홍석 통신원

이정후는 뉴욕과 필라델피아 원정 7연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 고홍석 통신원

메이저리그는 스프링캠프 기간 투수나 포수, 타자의 요청에 따라 스트라이크존을 자동 판독하는 ABS 챌린지를 시범 운영했다. 정규시즌에는 아직 이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데 정규시즌 기간 심판들은 타자가 헬멧 위를 두드리는 챌린지 요청 동작을 할 경우 볼 판정에 대한 불만으로 간주하고 있다.

경기가 끝난 뒤 통역 한동희 씨를 통해 쿠지 주심과 직접 대화를 나눴던 이정후는 “(오해를) 풀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며 당시 상황에 대해 말했다.

그는 “언어의 장벽이 있다보니 (오해가 있었다). 다시 영상을 봤는데 (심판이) 오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이었다.

당시 타석에서 심판의 지적에 “아이 돈 스피크 잉그리시(영어 못해요)”라는 말로 응수했던 그는 “솔직히 뭐라고 말하는지는 대충 알아들었다. '노 챌린지 모션(No challenge motion)'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대답은 하고 싶었는데 타석중이고 심판과 불필요한 언쟁을 벌이기는 싫고 말하는 것도 잘 안돼서 그냥 '영어 못한다'고 했다”며 그랬던 이유에 대해서도 말했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따로 있다. “쿨하게 어제 일은 어제로 끝냈으면 좋겠는데 아직 이곳은 사람이 판정을 하는 곳이라 불리한 판정이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며 전날 사건의 여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남겼다.

이정후는 뉴욕 원정에서 비바람과 추위를 상대했다. 사진= MK스포츠 DB

이정후는 뉴욕 원정에서 비바람과 추위를 상대했다. 사진= MK스포츠 DB

그러면서도 “볼 판정에 연연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타석이 끝나기전까지는 그것을 다음 공까지 이어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오해는 하지 않도록 신경 쓰겠다”고 덧붙였다.

타석에서 헬멧을 만지는 습관을 쉽게 고칠 수는 없을 터. 그렇기에 앞으로도 이와 같은 충돌이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와 관련해 그는 모자 챙을 잡는 시늉을 하면서 “여기를 잡아야할 것이다. 아니면 여기와 뒤를 같이 누를 것”이라며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그에게 맞는 헬멧을 쓰는 것이다. 헬멧을 습관처럼 만지는 것도 헬멧이 자주 벗겨지면서 나온 행동이기 때문.

그는 이와 관련해서도 “한국에서 쓰던 헬멧을 받아서 롤링스사에 보냈다”며 자신의 머리 크기에 맞는 헬멧을 제작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사건도 있었지만, 그에게 지난 동부 원정 7연전은 좋은 기억이 많이 남아 있는 순간들이었다.

특히 그는 “처음이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기분이 남달랐다”며 처음 방문한 뉴욕에 대한 인상도 전했다. 양키스타디움도 처음 방문한 그는 “엄청 웅장했고, 팬들의 응원도 셌다”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헬멧이 자주 벗겨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 제작을 주문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진= AP= 연합뉴스 제공

이정후는 헬멧이 자주 벗겨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 제작을 주문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진= AP= 연합뉴스 제공

휴식일에 타임스퀘어에서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던 그는 “뮤지컬도 보러가려고 했다. ‘라이언 킹’을 꼭 보라고 추천받아서 가려고 했는데 야스형(마이크 야스트렘스키)이 같이 저녁먹자고 해서 대신 같이 저녁을 먹었다. 뉴욕에 유명한 한식집들이 정말 많더라. 처음에는 퓨전 한식집을 갔는데 양이 적어서 2차로 분식집가서 또 먹었다”며 뉴욕에서 있었던 일들을 돌아봤다.

양키스 원정 3연전 중 두 경기는 쏟아지는 빗속에서 진행됐다. 그는 “볼넷으로 출루한 뒤 1루에 서 있는데 나도 모르게 몸을 떨고 있더라. 그때 ‘아, 한국에서 정말 편하게 야구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점수 차 벌어지고 비오면 주전들을 빼지 않는가. 여기는 로스터 숫자도 부족하고 바꾼다 하더라도 형들이 있어서 나한테까지 차례가 오지는 않는다. 그동안 편하게 야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경기중에 비오면 30분 기다리다가 안되면 취소하고 경기전에 취소해서 9월로 미루던가 하는데 여기는 뭐랄까 대단한 리그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빗속에서 경기하며 느낀 점에 대해서도 말했다.

양키스 원정에서 스리런 홈런으로 첫 홈런을 신고했던 그는 “비가 많이 오는 상황에서 홈런을 친 것이 처음이었다. 홈런을 쳤는데 노게임이 되면 어떡하나 걱정이 돼서 동희형에게 ‘혹시 노게임이 될 수도 있냐고 물어봐달라’고 했다. 그런데 ‘여기는 그런 거 없고 서스펜디드 게임이 있다’고 들어서 한시름 놨다”며 첫 홈런 당시 있었던 일도 소개했다.

[애너하임(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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