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운유, 업사이클링의 이정표 제시…버려질 자원에 새 가치를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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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덜 만들고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야 하며, 소비자는 소비의 속도를 늦추고 제품에 담긴 이야기에 주목해야 한다. 지속가능성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일상의 선택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다. 오운유는 이러한 가치를 디자인으로 풀어내며 자원순환을 ‘경험’으로 확장해온 브랜드다.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자원순환의 가치를 증명하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은 오운유의 안지혜 대표를 <한경ESG>가 만났다.

[한경ESG] 스페셜 리포트
케이스스터디 - 오운유(Ownu)

오운유, 업사이클링의 이정표 제시…버려질 자원에 새 가치를 더하다


서울 명동 남산 인근에 자리한 한 건물. 고즈넉한 외관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형형색색의 가죽 제품과 독특한 패턴의 굿즈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자투리 가죽과 폐원단으로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된 지갑과 가방, 키링, 인형, 아이들의 그림을 입힌 굿즈들이 전시된 이곳은 업사이클링 기업 '오운유(Ownu)'다. 건물 아래층에는 버려질 뻔한 가죽 조각과 다양한 소재들이 형형색색의 제품으로 재탄생하는 작업 현장이 펼쳐진다.

가죽 조각 하나하나가 정교한 공정을 거쳐 가치 있는 제품으로 탈바꿈하는 이곳은 단순한 공방을 넘어선, 이른바 ‘업사이클링 연구소’다. 안지혜 대표를 필두로 한 3명의 디자이너가 제품을 연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논의하는 공간으로, 업사이클링 공방이자 자원순환의 실체를 보여주는 현장이다.

안 대표의 전문적인 디자인 감각이 녹아든 제품들은 주요 판매 플랫폼에서 이미 유명세를 얻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과 협업해 제작한 DIY 키트는 임직원 봉사활동과 사회공헌 프로젝트의 핵심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며 사회적 기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디자이너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Play with Earth’

오운유의 시작은 거창한 사업 계획이 아닌, 15년간 대기업 패션용품 디자이너로 경험을 쌓은 안 대표의 고민에서 비롯됐다. 당시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던 그는 대량생산 이후 남겨지는 재고와 부자재들을 보며 “디자이너라면 제품 양산 이후의 책임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절실한 생각으로 오운유를 시작했다. 이 문제의식은 결국 버려질 자원을 새로운 가치로 전환하는 브랜드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오운유의 핵심 자산에는 어린이 아티스트의 상상력도 녹아 있다. 다양한 공모전을 통해 수집된 아이들의 자유롭고 기발한 그림은 버려진 소재와 결합되며 세상에 하나뿐인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재탄생했다. 이는 기존 업사이클링이 기능적 재활용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감성적 가치와 스토리를 결합해 제품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브랜드 메시지인 ‘Play with Earth’ 역시 이러한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안 대표는 “환경을 무겁고 어려운 과제가 아니라 누구나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일상적 경험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라며 “환경 보호를 의무가 아닌 놀이로 전환하며, 지속가능성을 보다 자연스럽게 확산시키고자 했다”고 말했다.

오운유, 업사이클링의 이정표 제시…버려질 자원에 새 가치를 더하다

“자원과 사람을 함께 순환” 오운유式 업사이클링 모델

오운유는 가방·소파 공장의 자투리 가죽, 패션 브랜드 재고 의류, 폐소방 원단, 기업 유니폼, 폐원두팩 등 다양한 산업 폐자원을 활용한다. 이러한 소재들은 기존에는 폐기되거나 낮은 가치로 처리되던 것들이지만, 오운유를 통해 새로운 상품으로 재탄생한다.

안 대표는 “업사이클링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소재의 불균일성”이라며 “색상과 질감, 크기가 모두 다른 자원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대량생산 방식 적용이 어렵고, 제작 과정도 복잡하다. 하지만 오히려 동일하기 않기 때문에 각각의 제품은 고유한 개성과 스토리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안 대표는 제품 디자인을 할 때 실용성과 감성, 스토리를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 단순히 의미 있는 제품을 넘어 실제로 오래 사용할 수 있어야 지속가능성이 확보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아이들의 그림과 소재의 배경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이야기’는 오운유 제품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오운유는 시니어, 경력단절 여성, 청년 아티스트 등 다양한 인력이 참여하는 협업 구조로 운영고 있다. 제품의 포장과 검수는 숙련된 손기술을 가진 시니어 근로자가, 세밀한 디자인 작업은 경력단절 여성 디자이너들이 담당한다. 여기에 청년 아티스트들의 감각이 더해져 제품의 스토리는 더욱 풍성해진다. 이는 단순한 생산 방식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모델로, 자원뿐 아니라 사람의 역할과 기회까지 순환시키는 구조를 지향한다. 안 대표는 “지속가능성은 자원뿐만 아니라 사람의 기회도 함께 순환해야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오운유, 업사이클링의 이정표 제시…버려질 자원에 새 가치를 더하다

기업과의 협업 통한 참여형 프로젝트로 ESG 활동 확장

오운유는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의 협업은 단순한 굿즈 제작을 넘어 참여형 프로젝트로 설계되는 것이 특징이다. 기업의 폐자원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 임직원과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폐리넨을 활용해 창립 30주년 기념품을 제작하고, 스타벅스의 폐원두팩과 크루 앞치마를 결합해 고객용 카드지갑을 만드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또한 신세계인터내셔널(GAP)의 재고 데님을 사은품으로, 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의 핑크 컬러 가죽 자투리를 펜파우치로 재탄생시킨 사례는 팬덤과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삼성물산·제일기획 등과 진행하는 ‘핸즈온(Hands-on) 키트’ 프로그램은 임직원이 직접 제품을 만들며 자원순환의 가치를 체득하게 함으로써 사내 ESG 문화 내재화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다. 최근엔 효성티앤씨의 재활용 폴리에스터 원사인 리젠을 이용해 아이들의 그림과 업사이클링을 진행했다.

안 대표는 “업사이클링은 ESG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이라며 “자원순환이라는 환경적 가치와 함께 일자리 창출과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가치까지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오운유는 환경교육 콘텐츠 개발, 폐의류 프로젝트, 시니어 대상 프로그램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DIY 키트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환경문제를 지식이 아닌 경험으로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환경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닌 ‘함께 만들고 즐기는 것’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오운유, 업사이클링의 이정표 제시…버려질 자원에 새 가치를 더하다


다음은 안지혜 오운유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 오운유의 브랜드 메시지 ‘Play with Earth’에 담긴 철학은 무엇인가.

“오운유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자원순환의 가치를 디자인으로 증명하고 체험하는 공간이다. 단순히 버려지는 소재를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재가 지닌 스토리를 살려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오운유의 핵심 철학이다. ‘Play with Earth’는 환경을 무겁고 어려운 과제가 아닌, 누구나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일상적인 경험으로 만들자는 의미를 담았다. 환경을 ‘숙제’처럼 접근하면 지속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구를 지키는 일이 의무나 캠페인에 머무르지 않고, 만들고 쓰고 경험하는 즐거운 일상이 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해당 메시지를 제시했다.”

- 업사이클링 제품 제작 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어려움은 소재가 일반적인 신소재처럼 균일하지 않다는 점이다. 수거된 자원은 색상과 질감, 크기, 상태가 모두 달라 일반적인 대량생산 방식 적용이 어려웠고, 기존 제조 방식보다 더 많은 공정과 시간이 요구된다. 소재 매칭을 매번 새롭게 해야 하고, 제작 공정과 작업 지시도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불균일성은 오히려 업사이클링만의 고유한 특성이어서 제품을 하나뿐인 한정판으로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 업사이클링 제품을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업사이클링 제품일수록 더 실용적이고,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의미는 있지만 사용성이 떨어지거나 디자인 완성도가 낮으면 지속적인 선택을 받기 어렵다. 그래서 디자인 과정에서 실용성, 감성적 완성도,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했다. 특히 중요한 기준은 ‘스토리’다. 아이들의 그림, 제품 소재의 배경 등 제품에 담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드러나야 한다고 봤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표현보다 정감과 이야기가 전달되는 디자인을 더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 업사이클링과 ESG의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나.

“업사이클링은 ESG를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실천 방식 중 하나라고 본다. 환경 측면에서는 폐기물 저감과 자원순환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사회 측면에서는 제작 과정에서의 다양한 협업을 통해 일자리와 참여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실행 가능한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봤다. 업사이클링은 ESG를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눈에 보이는 제품과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매우 현실적인 방식이다.”

- 기업과 협업해 ESG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은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협업을 통해 더 넓은 확산 효과를 만들 수 있다. 오운유는 단순한 굿즈 제작을 넘어, 자원순환의 의미와 참여 경험이 함께 전달되는 프로젝트를 지향하고 있다. 기업의 임직원, 소비자, 지역사회까지 연결되는 구조를 통해 ESG를 체험하고 공감하는 접점을 확장하고자 한다.”

- 다양한 협업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속가능성은 자원만 순환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역할과 기회도 함께 순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운유는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다양한 구성원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시니어의 숙련된 기술, 경력단절 여성의 섬세한 작업 역량, 청년 아티스트의 감각이 결합되면서 제품의 완성도와 스토리는 더욱 풍부해졌다. 결과적으로 오운유가 지향하는 것은 단순한 친환경 제품이 아니라 ‘사람과 자원이 함께 순환하는 구조’였다.”

- 업사이클링 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필요한 환경은 무엇인가.

“업사이클링 시장은 충분한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이제는 ‘친환경’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택받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제품 경쟁력과 디자인, 공급 체계, 교육 콘텐츠까지 함께 갖춘 브랜드가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업사이클링은 리사이클링보다 폐자원의 가치를 더 오래 유지하는 방식이다.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폐자원 수급 시스템과 더불어, 인건비 지원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업사이클링을 단순 공예나 캠페인이 아닌 디자인과 제조, 교육이 결합된 하나의 산업으로 보는 인식 전환도 중요하다.”

오운유, 업사이클링의 이정표 제시…버려질 자원에 새 가치를 더하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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