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문병기]‘57기의 핵무기’로 돌아온 北의 은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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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정치부장 “영변 핵시설이 폐기되고 나면 북한에 남은 핵무기는 은장도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둔 2019년 2월. 문재인 정부 핵심 관계자는 북한 영변 핵시설 폐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북-미는 핵시설 신고와 폐쇄 범위를 두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핵시설을 신고·폐쇄할 것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쇄의 대가로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며 맞섰다. 문재인 정부 관계자는 당시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10∼20기 안팎의 핵무기를 은장도에 비유하며 영변 핵시설 폐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이 추가로 핵무기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막는 게 급선무란 이유에서다.하노이 파국이 불러온 북핵 청구서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폐쇄를 조건으로 대북 제재 전면 해제 요구를 고집하자 ‘그럼 다른 핵시설은 어떻게 할 거냐’며 회담장을 박차고 일어섰다. 그리고 7년 뒤 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향해 “그는 57기의 ‘매우 강력한(very powerful)’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하노이 회담 전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에 비하면 3∼6배 가까이 불어난 숫자다.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다. 미국 본토를 겨냥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은 정상 각도 발사와 재진입 기술 검증만을 남겨두고 있다. ICBM 기술 완성 여부를 떠나 북한이 보유한 57기의 핵무기는 압도적 핵전력을 갖춘 미국조차 북한의 ‘제2격(second strike)’이 미국 본토를 향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주기 충분한 숫자다. 한국을 겨냥한 북한의 ‘핵 국경화’ 작업은 마무리 단계다. 북한은 전술핵탄두 화산-31을 공개한 데 이어 올해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시험에 집중하고 있다. 화산-31을 탑재할 수 있는 KN-24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돼 실전 검증을 마쳤고, 600mm 초대형 방사포(KN-25)도 휴전선 인근에 배치되고 있다. 그사이 미국 조야에선 북한 비핵화 대신 핵 동결 등 현실적인 목표로 대북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문제는 한미 모두 북한의 양보를 끌어낼 지렛대가 거의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미는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는 카드로 경제적 지원과 평화 체제 전환 등 ‘당근’, 대북 경제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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