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총을 앞둔 기업들은 소액주주들의 눈치를 살피며 바짝 몸을 낮추고 있다. 지난해 1차 상법 개정으로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사의 보수 한도 승인’ 같은 것은 별다른 설명 없이 통과되던 형식적 안건이었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기업들은 수백에서 수천 자 분량의 자료를 공개하며 보수 산정 기준이 뭔지, 왜 올려야 하는지 주주들에게 구체적으로 밝히기 시작했다.
힘세진 소액주주, 몸 낮춘 기업들
배당 확대 요구 정도에 그치던 주주 제안도 더 구체적이고 집요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팰리서캐피털, 얼라인파트너스 등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들은 이미 주요 상장사를 대상으로 주주 환원 강화와 이사회 개편 등을 요구하는 주주 제안서를 발송했다. 소액주주들도 온라인을 통해 지분을 결집하고 행동주의 펀드와 연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응해 기업들은 현금 배당을 확대하고 자사주를 소각하는 등 선제적으로 주주 환원 강화에 나섰다. 기업들은 이사회의 결정이 주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주주들에게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과거처럼 형식적 질의응답으로 어물쩍 넘어갈 수 없다.기업들은 9월 시행되는 2차 개정 상법에 대응하기 위해 경영권 보호의 방벽도 쌓고 있다. 이사회 규모를 줄이거나 이사의 임기를 바꾸는 것이 대표적이다. ‘집중투표제’에 대비한 포석이다.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면, 소액주주들이 특정 후보에게 몰표를 던져 자신들을 대변하는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 있다. 그런데 한 번에 선임하는 이사 수가 줄면 ‘표 몰아주기’의 효과가 반감된다. 이사 임기 규정을 ‘3년’에서 ‘3년 이내’로 바꾸는 것도 퇴임 시점을 분산해 한 번에 뽑는 이사 수를 줄이려는 목적이다.
이사회 진입 장벽을 높이려는 기업들의 시도에 대해 일각에선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대주주에 맞서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높이려는 개정 상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시도란 것이다. 국민연금은 상법 개정 취지에 반하는 안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반대로 기운 저울에 뭘 올려놓을지하지만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을 우회나 회피 전략으로 몰아붙이기는 어렵다.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에 맞설 유일한 대안인 자사주 카드를 잃어버린 기업들로선 마땅한 대응책이 없기 때문이다. 1차 상법 개정 때부터 논의되던 배임죄 폐지는 아직 기약도 없고, 차등의결권이나 황금주 등 경영권 방어 장치도 보이지 않는다. 기업들은 외풍에 견디기 위해 수비 라인을 내리고 잔뜩 움츠리고 있다. 이런 자세론 골은 안 먹을지 몰라도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긴 어렵다. 상법 개정은 대주주 쪽으로 치우친 균형을 바로잡는다는 의의가 있다. 이번 주총을 앞둔 기업들의 투명성 강화, 주주 환원 노력은 상법 개정의 순기능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균형은 끊임없이 흔들리며 중심을 잡는 동태적 개념이다. 한쪽에 한꺼번에 세 개의 추를 올렸으니 반대쪽으로 기울어졌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개정 상법이 자본시장 선진화의 계기가 될지 아니면 기업 경영의 족쇄가 될지 이번 주총을 통해 저울 눈금을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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