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다시 이렇게 큰 사랑을 받는 작품을 만들겠나 싶어서 무척 감사하죠. 하지만, 다시는 못할 것 같아요.”
6월 27일 ‘오징어 게임’ 시즌3를 공개하며 시리즈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황동혁 감독(54)은 3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나 “솔직히 홀가분하다”며 소회를 털어놨다.
2021년 9월 시즌1로 시작한 ‘오징어 게임’은 2022년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에서 6관왕을 거머쥐는 등 K콘텐츠의 새로운 지평을 열였다. 하지만 황 감독은 “시즌1이 큰 성공을 거둔 뒤 너무 많은 기대감에 부담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특히 황 감독은 “이야기의 결말인 시즌3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원래 구상했던 엔딩은 성기훈(이정재)이 게임을 끝내고 미국에 있는 딸을 만나러 가는 것이었다. 최근 공개된 결말과는 사뭇 달랐다. 황 감독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가에 고민하면서 줄거리를 수정해갔다”고 했다.
“시즌1를 촬영할 때보다 (세상은) 경제는 불평등해졌고 전쟁은 확산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현 상황을) 바꿀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였어요. ‘이대로 간다면 더 암울한 미래가 온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성기훈의 마지막 대사가 “사람은…”에서 멈춘 것도 감독의 의도였다. 미완성의 여지를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왜 내가 희생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는 시대에, 누군가는 이 굴레를 멈추고 희생해야만 미래에 희망이 있을 것 같았다”며 “이 고민에 대한 답을 기훈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시즌3가 공개된 뒤 국내외에선 참신함이 부족하고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이 적지 않았다. 황 감독은 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며 “흥미적인 요소나 사회적 메시지, 캐릭터 등에 대해 시청자마다 기대감이 다르다. 무엇이 나오든 기대를 배반당했다는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봤다”고 답했다.
“오징어 게임은 (원작 없이) 제가 처음부터 구상해서 쓴 첫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중구난방이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되진 않습니다.”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통해 K콘텐츠의 상징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현재 K콘텐츠 시장은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곪고 있는 상황”이라며 쓴소리를 던졌다.
“해외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건 맞아요. 하지만 일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작품만 살아남고 있습니다. 콘텐츠 시장 안에서 불균형이 해소돼야만 건전한 생태계가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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