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박해받는 소수민족 로힝야족 24명을 인신매매하다가 모두 사망에 이르게 한 태국인 2명이 국내로 도피했다가 경찰에 검거돼 본국으로 송환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경찰은 수사를 위해 농부로 위장, 무더웠던 지난여름 고추밭에서 잠복근무까지 했다고 한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A씨(44)와 B씨(31) 등 태국 국적 2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본국으로 송환했다.
A씨 등은 지난 2019년 2월 로힝야족 24명을 인신매매하고자 트럭에 태운 뒤 미얀마에서 태국으로 밀입국시키는 과정에서 이들을 모두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피해자들은 비좁은 트럭 내부에서 제대로 먹고 마시지 못한 채 장시간 이동하다가 모두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경찰은 A씨 등이 인신매매 조직에 소속돼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로힝야족 주민들을 현혹한 뒤 성매매를 시키거나 강제 결혼시키는 등의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판단했다.
태국 경찰이 피해자들의 시신을 발견하면서 수사를 시작했고, 해당 인신매매 조직의 다른 조직원들이 순차적으로 검거됐다. 이에 A씨 등 2명은 2019년 4월 한국으로 도피한 뒤 행적이 묘연한 상태였다.
A씨 등은 한국과 태국 간 체결된 ‘사증면제협정’에 따라 태국인이 비자 없이 최장 90일 동안 국내에 체류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불법 체류를 이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태국 경찰은 올해 6월 경찰청에 A씨 등에 대한 강제 송환을 요청했고, A씨 등이 입국 당시 밝힌 소재지를 관할하는 경기남부경찰청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기남부청은 A씨와 B씨의 사진 등을 토대로 이들의 근무지와 동선을 추적한 뒤 잠복근무에 나섰다. A씨는 6월 전남 나주에서, B씨는 7월 경기 이천에서 각각 체포돼 본국으로 송환됐다.
태국왕립경찰청은 지난달 25일 수라판 타이프라셋 외사국장을 경기남부경찰청에 보내 김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등이 국내에서 5년여간 불법 체류한 혐의가 확인돼 일단 관련 혐의를 달아 송환했다”며 “이 외 자국에서 저지른 범행에 대해서는 피의자를 인도받은 태국 경찰이 혐의를 파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