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마시면 약주’라는 말도 있다. 레드 와인과 심장 건강처럼 이 말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꽤 있다. 하지만
“단 한 방울의 알코올부터 암 위험이 증가한다”며 이를 뒤집는 상반된 연구 결과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약은 안 되더라도 건강을 해치지 않는
적당한 음주량은 어느 정도일까.하루에 술 한 잔만 정기적으로 마셔도 조기 사망 위험이 뚜렷하게 증가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미국에서 남성과 여성이 주당 7잔 이상의 음주를 할 경우, 알코올 사용으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1000분의 1(0.1%)이다. 주당 9잔을 초과할 경우 이 위험은 100분의 1(1%)로 증가한다.”
이는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적용할 미국인을 위한 식이 지침(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 결정을 위한 연방 정부 차원의 보고서 중 가장 최근(현지시각 14일) 발표한 미성년자 음주 예방에 관한 기관 간 조정 위원회(ICCPUD)의 보고서 초안(이하 보고서)에 담긴 내용 중 일부다.
현재 미국인 식이 지침은 남성은 하루 2잔, 여성은 하루 1잔 이하로 음주량을 제한 할 것을 권장한다. 보고서는 이 정도 음주량도 건강에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여기서 한 잔은 순수 알코올 14그램에 해당하는 양이다. (국제 기준은 10g이지만 미국은 이보다 많은 14g을 표준 1잔으로 사용). 맥주(4.5%) 355㎖, 포도주(12%) 148㎖, 위스키(40%) 44㎖가 표준 1잔의 양이다. 17도짜리 소주는 103㎖로 약 3.5분의 1병(360㎖ 기준)에 해당한다.“하루 한 잔 이상 마시기 시작하면 알코올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1%를 넘어선다. 어떤 사람들은 이 수치가 별로 높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공중보건 지침 관점에서 보면 이는 정말로 높은 수준이다”라고 캐나다 약물 사용 연구소(Canadian Institute for Substance Use Research) 소장이자 이번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티모시 나이미 박사가 말했다.
미국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고서는 전 세계에서 이뤄진 수십 건의 연구를 바탕으로 알코올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보고서는 알코올 섭취가 특정 질병과 부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 조사했다.
먼저 가장 큰 위험 요소인 암.
보고서는 대장암, 여성 유방암, 간암, 구강암, 인두암, 후두암, 식도암(편평세포암종) 등 7가지 암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비음주자와 음주자 사이의 발병률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 일주일에 한 잔만 마시는 남성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대장암 위험이 16%, 식도암 위험이 6% 더 높았다. 식도암의 경우 매일 한 잔 마시는 남성은 비 음주 자에 비해 발암 위험이 51%, 하루에 3잔(일주일에 21잔) 마시면 그 위험이 3배 이상 증가했다.일주일에 한 잔만 마시는 여성은 술을 마시지 않는 여성에 비해 인두암, 식도암, 후두암 위험이 5% 높았고 유방암 위험은 약간 증가했다. 간경변증 위험도 37% 증가했다. 그러나 여성이 하루에 3잔 또는 일주일에 21잔의 술을 마시는 경우 이러한 암의 위험이 급증했으며, 인두암의 경우 비음주자에 비해 90% 이상 높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러한 암에 대한 위험 증가는 알코올 사용과 함께 시작되며 사용량이 많을수록 증가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특히 비슷한 양의 술을 마실 경우 여성이 암에 걸릴 위험이 훨씬 더 높다.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알코올이 세포의 돌연변이를 증가시켜 암세포로 변이될 위험을 높임으로써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술은 부상 위험도 높인다. 하루 석 잔의 술을 마시면 그보다 적게 마시는 사람에 비해 남녀 모두 의도치 않은 부상을 당할 위험이 최대 68% 증가했다.
아울러 정기적인 음주는 간 질환의 위험을 크게 증가시키며, 무엇보다 C형 간염과 같은 기저 질환이 있다면 더욱 위험하다.
이전 연구에서는 소량의 음주가 특정 뇌졸중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이 보고서는 하루에 2잔만 마시면 그 같은 이점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짚었다.
미국인을 위한 식이 지침은 공중 보건 정책과 식품 및 음료 상표(라벨)의 문구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 알코올 권장량이 지금보다 더 엄격하게 제한될 수 있다.
이에 주류 업계는 반발하는 모양새다.
미국 증류주 협회는 보고서가 공개되자마자 “오늘의 보고서는 편견과 이해 상충으로 가득 찬 결함이 있고 불투명하며 전례 없는 절차의 산물”이라며 “6명으로 구성된 ICCPUD 패널의 몇몇 위원은 국제적인 알코올 중독 방지 옹호 단체에 소속되어 있으며, 패널은 이러한 옹호 단체와 관련된 다른 사람들과 긴밀히 협력해 왔다. 의회는 이 패널이나 그 활동에 대한 예산을 승인하거나 책정한 적이 없으며, 의회와 업계에서 이 과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수많은 서한을 보냈다”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는 지난 2020년 모든 성인의 음주량을 하루 한 잔으로 제한하자는 권고안을 정책에 반영하지 않았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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