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수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차 내란 특검’ 수사 대상에 ‘외환유치죄’를 넣을지를 두고 여야가 갈등을 벌이는 가운데 여당 내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대통령 경호처 간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한 지난 10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여야 합의로 출범한 특검을 통한 내란 수사’라는 중재안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2일 국민의힘에서는 내란 특검 자체를 반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한 재선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특검을 대법원장 등 제3자가 추천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공수처장보다 한층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일 것”이라며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특검에 반대하는 의원이 많다”고 전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도 “일단 특검이 출범하면 여야가 합의한 수사 범위나 대상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며 “조기 대선 국면에서 특검 수사 내용이 언론을 도배하는 상황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이 계엄 사태 수준을 회복하고 일부 의원이 강경 지지층과 접촉면을 넓히며 ‘특검 수용 불가’ 여론이 갈수록 당내에서 더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13일 의원총회를 열어 내란 특검과 관련한 자체안을 마련할지 여부를 놓고 의견을 모을 계획이다. ‘단일대오를 흩트려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한 만큼 어떻게든 당 차원의 결론을 낼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입장 정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강하다.
여전히 당내에서는 어떻게든 자체 특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기 때문이다. 특검을 계속 거부하면 ‘내란옹호당’ 프레임에 갇혀 중도 확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 8일 본회의에서 야당이 상정한 내란 특검법이 국회 재표결을 통해 2표 차로 부결되면서 자칫 더불어민주당안이 일방적으로 처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게 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탈표가 나와 민주당 주도의 특검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게 우리에겐 최악의 상황”이라며 “자체 특검안 발의 시 윤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에도 명분이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등 야6당은 이르면 14일이나 16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2차 내란 특검법을 처리할 방침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특검법에서 외환죄 수사를 제외하자는 국민의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13일 의총에서 국민의힘이 자체 내란 특검법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야당안이 강행 처리되고,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다시 적극 추진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